NPT회의 첫날부터 정면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5일 03시 00분


“美, 핵무기로 이란 위협”-“이란, 유엔결의도 거부”

이란의 핵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이 3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된 핵확산금지조약(NPT) 8차 평가회의에서 정면충돌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 측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핵무기 제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경제 제재방안을 논의해 왔지만 이란 측은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맞서왔다.

이번 회의에서 이란 핵개발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회의 참석을 자처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3일 오전 연설에서 미 행정부가 최근 ‘핵정책보고서(NPR)’를 통해 북한과 이란을 향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미 정부는 과거 핵무기를 사용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이란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 핵무기 사용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며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국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멤버 자격을 정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역겹고 수치스러운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는 시한을 설정하기 위한 인도적 운동에 동참하라”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그의 연설이 시작되자 미국과 영국, 프랑스 대표들은 즉각 퇴장했다.

오후에 연설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NPT의 잠재적 위반자들은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북한과 이란 등 핵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국가들을 겨냥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란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전 세계의 주의를 흐트러뜨리기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이란은 규칙을 조롱하고 있고 유엔 결의를 거부하면서 전 세계의 핵무기 제거를 위한 노력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비밀에 부쳐왔던 미국의 핵무기 보유 대수를 공개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회의에는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워싱턴에서 성명을 통해 클린턴 장관을 측면 지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NPT 평가회의 메시지를 통해 “핵무기 폐기에 실패한 국가들은 고립에 처할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볼 때 자신을 희생해 의무를 수행한 국가들의 경우 더 번영하고 안전해졌지만 의무를 무시한 국가들은 취약해지고 더욱 고립됐다”며 이란을 압박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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