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母子 대통령’ 나올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6일 03시 00분


10일 대선… 故 아키노 前대통령의 아들 여론조사 1위

세계 최초로 ‘모자(母子) 국가수반’이 탄생할 것인가.

10일 열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필리핀에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선두를 달리는 후보는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상원의원(50·사진)이다. 그는 1986년 ‘피플 파워’로 불린 무혈혁명으로 11대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된 고 코라손 아키노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1983년, 3년간의 미국 망명을 접고 귀국길에 올랐다가 마닐라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암살당한 ‘민주투사’ 베니그노 아키노 전 상원의원. 아키노 상원의원 가족은 필리핀 민주화의 신화적 존재다.

필리핀 여론조사전문기관이 지난달 23∼25일 유권자 1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아키노 상원의원은 39%의 지지율을 얻어 마누엘 비야르 상원의원(61)과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73)을 각각 19%포인트 차로 앞섰다고 AP통신이 5일 전했다. 아키노 상원의원은 이날 가톨릭에 이어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큰 종교단체인 ‘이글레셔 니 크리스토(그리스도의 교회·INC)’의 공식 지지도 얻었다. 신도가 100만 명이 넘는 INC의 지지는 대선에서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라고 이 통신은 풀이했다.

1998년 하원의원에 당선돼 3선에 성공한 뒤 2007년 상원의원에 선출된 그는 상대 후보에 비해 내세울 정치적 업적은 적은 편. 또 지난해 8월 어머니인 아키노 전 대통령이 결장암으로 별세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선 출마는 그의 머릿속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키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전 국민적 애도 열풍이 그의 마음을 바꿔 놓았다. 그는 “실현되지 못한 피플파워 혁명을 되살리겠다”며 지난해 9월 출마를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키노 상원의원이 단기간에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른 까닭에 대해 ‘메시아적 인물’을 원하는 필리핀 국민의 성향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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