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러시아가 나치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지 65주년 되는 날. 기념일을 앞둔 러시아 전역에서는 당시 소련 지도자였던 이오시프 스탈린(1879∼1953)이 되살아나고 있다. 대형 홍보버스부터 모래조각상, 대형 초상화까지 어딜 가나 멋진 콧수염에 카리스마 넘치는 스탈린을 만날 수 있다고 뉴스위크 인터넷판이 4일 전했다. 사후(死後) 격하 운동으로 그에 대한 언급조차 금기시됐던 몇 년 전과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모스크바의 쿠르스카야 지하철 역사 천장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스탈린은 국민들의 충성심을 고양시켰으며, 그는 우리에게 노동에 대한 중시와 영웅주의를 불어넣었다.” 올해는 최소 모스크바 4개 거리에 스탈린 동상이 세워질 예정이다. 모스크바 시는 10개 구역을 스탈린 초상화로 장식하겠다고 밝혔다. 공산당도 이번 주부터 스탈린 얼굴이 담긴 광고판 1000여 개를 배포하고 있다.
이제 스탈린의 잔인한 독재자 이미지는 희석되기 시작했다. 2007년 한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스탈린의 업적을 칭송하는 내용이 실린 게 계기가 됐다. 이듬해 TV 토크쇼 여론조사에서는 스탈린을 우상이라고 한 응답자가 16%,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는 응답자가 54%나 됐다. 소비에트 리얼리즘 평론가 세르게이 보보브니코프 씨는 “시계뿐 아니라 냉장고용 자석, 그림까지 스탈린은 이제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 진보주의자들은 이런 현상이 달갑지 않다. 인권기념센터의 대표인 얀 라친스키 씨는 “현 정부를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 독재를 합법화하려는 크렘린의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참전했던 군인들조차 되살아난 스탈린에 우려를 표했다. 독일과의 전쟁에 파일럿으로 참전해 ‘소련의 영웅’으로 추대됐던 바실리 레셰트니코프 씨는 스탈린에 희생된 동료들을 떠올리며 “그에게는 ‘폭군’이라는 수식어밖에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정치인과 관료들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중간관리직이나 경찰관들은 사무실에 스탈린의 초상화를 걸거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손목시계를 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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