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이슬람 무장단체인 ‘파키스탄 탈레반운동(TTP)’이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폭탄테러 불발사건의 유력한 배후로 지목되면서 TTP가 공격 대상을 전 세계로 넓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TTP가 “우리가 한 일”이라고 주장했을 때만 해도 미 정보당국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부터 우리 전사들의 공격 목표는 미국 도시들”이라는 TTP 지도자 하키물라 메수드의 메시지가 공개되고, 이번 사건 용의자인 파이살 샤자드가 파키스탄에서 폭탄 제조 훈련을 받았다고 자백하는 등 TTP 관련 정보가 속속 나오면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CNN이 5일 전했다. 샤 마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교장관도 이날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탈레반의 보복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파키스탄에 수사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6일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TTP는 2007년 12월 바이툴라 메수드 지도 아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을 지지하는 파키스탄 13개 군소 무장단체가 뭉쳐 조직됐다. 대원 규모는 3만∼3만5000명으로 추정되며 아프간 탈레반과 협력하고 있다. TTP의 목적은 파키스탄에 이슬람율법(샤리아)이 시행되는 강력한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공격 대상은 파키스탄군과 아프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이었다.
TTP가 지금까지 해외 테러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진 일은 2008년 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하철 테러기도 사건 1건뿐이다. 하지만 미군이 TTP 본거지인 파키스탄-아프간 접경지역에서 알카에다와 탈레반 지도부를 목표로 한 무인공격기 공습을 늘리고 지난해 8월 바이툴라 메수드까지 미군 공습으로 사망하자 이제 미국을 주적(主敵)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말 아프간 코스트 주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기지에서 자폭테러로 CIA 요원 7명이 숨진 사건과 지난달 5일 발생한 파키스탄 페샤와르 미 영사관 자폭테러 사건에도 TTP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는 “타임스스퀘어 사건을 계기로 미 정부는 TTP를 재평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한편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5일 미 정부의 반테러 활동으로 알카에다가 9·11테러처럼 대규모 공격을 할 능력이 약화됨에 따라 이제 “규모가 작고, 비교적 정교함이 떨어지는” 방식의 테러로 공격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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