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저널리스트 양성기지’ 美 국방정보학교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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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7일 03시 00분


“홍보에 지면 전쟁도 지는 시대”
총대신 카메라-마이크 들고 큐!

실전 위주 32개 강좌 마련 감동 스토리 발굴 등 공부
“대학서 4년 배우는 것보다 이곳 3개월 훈련이 낫다”

5일 미국 국방정보학교에서 미군 교육생들이 취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교육생들에게는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대학 폭탄공격에 대한 미국 언론 보도와 비판적인 현지 언론 보도에 어떻게 대응할지 홍보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제가 주어졌다. 포트조지미드=최영해 특파원
5일 미국 국방정보학교에서 미군 교육생들이 취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교육생들에게는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대학 폭탄공격에 대한 미국 언론 보도와 비판적인 현지 언론 보도에 어떻게 대응할지 홍보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제가 주어졌다. 포트조지미드=최영해 특파원

《미국 워싱턴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메릴랜드 주의 포트 조지 미드 기지에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군사학교가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2개의 큰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이 미군 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전진기지인 미 국방정보학교(Defence Information School)다. 육군과 공군 해군뿐 아니라 해병대 홍보요원도 모두 국방정보학교에서 배출된다. 현대전에서는 전투 못지않게 홍보가 전쟁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미군은 판단하고 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5일(현지 시간) 현장에선 미군들이 방송카메라를 들고 실제 촬영에 나선 것을 비롯해 전시 홍보작전 시나리오를 만드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 대학 저널리즘스쿨보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건물에 들어서자 군복을 입은 미군들이 여기저기서 카메라를 들고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마치 방송국 스튜디오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촬영에 필요한 장비가 다 갖춰져 있었다. 1층 로비 전면에는 6·25전쟁을 비롯해 베트남전쟁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홍보 전사들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5, 4, 3, 2, 1, 큐!’

2층에 마련된 TV 방송국에선 이라크전 실제 상황을 중계하는 현지 군 방송 연습에 수강생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은 2명의 군인이 사회자로 나와 이라크 전황을 보도했다. ‘호네커 방송훈련스튜디오’ 내 프로듀서와 카메라맨 사회자 출연자 등 20여 명의 교육생이 모두 미군이었다. 미군 교육생들은 그동안 연습했던 방송 시나리오를 최종 점검해 발표하는 실전을 치르고 있었다. 현장 스튜디오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프로듀서는 시작을 알리는 ‘큐!’ 사인을 몇 번째 반복했다.

라디오 방송국에선 인터뷰 기법 교육과 방송기사 작성법 강좌가 한창이었다. 라디오 방송 교육을 맡고 있는 레이혼 씨는 “아프간에도 미군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AFN 방송이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마이클 개넌 교육담당 최고책임자는 “저널리즘 9개 전문분야에서 32개 강좌가 마련돼 있다”며 “모두 실전 중심이어서 저널리즘스쿨에서 배우는 과정보다 훨씬 강도 높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강좌는 최단 5일 코스에서 시작해 최장 124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해마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는 미군은 3200명에 달하며 한 해 예산이 4000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 탈레반의 대학 폭탄 공격…홍보 시나리오는?

CNN과 폭스뉴스는 오늘 아프간 셰이크자이드대 폭발사고의 주범을 탈레반이라고 보도했다. 대학 교육을 받는 것은 탈레반의 규칙에 반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대학을 타격물로 삼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대학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잔인한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고 탈레반은 경고했다. 지역 언론에선 탈레반의 보복 공격을 미군이 막을 수 없고 미군의 존재는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한 홍보 전략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를 보도를 통해 제시하라.” 2층에 마련된 언론홍보 실전훈련장에서는 홍보장교 육성 3개월 집중코스를 받고 있는 12명의 학생이 마지막 프로젝트를 완성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프로젝트 마지막 단계는 실전에서 어떤 홍보전략을 수립할 것인가에 모아졌다. 미군들은 이 시나리오에 방송카메라를 어떻게 활용하고 누구를 인터뷰해 탈레반의 위협을 극복할 것인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해야 한다. 한국계 미국인인 새뮤얼 리 공군 중위(30)는 “기존의 민간 언론매체는 전쟁 보도에서 단순히 아군과 적군이 몇 명 죽었는지를 중요하게 보도할 뿐 전쟁의 깊은 부분까지 들여다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군대 저널리즘에서는 감동 깊은 휴먼 드라마를 발굴할 수 있어 홍보장교로 근무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전쟁 저널리즘, 실전 중심 단기 집중 코스

민간 TV 방송국에서 카메라기자로 18년 동안 활동한 뒤 국방정보학교에서 교육을 맡고 있는 제리 사스라프 상사는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대학에서 4년 동안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것보다 이곳에서 3개월 집중 훈련을 받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실제 방송과의 경우 전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종군기자 부문이 포함돼 있으며 인터넷 저널리즘 코스도 마련돼 있다. 홍보과는 기사 작성뿐 아니라 신문 편집 및 에디팅 코스도 갖추고 있으며 홍보장교를 위한 특별프로그램도 가동되고 있다.

포트조지미드(메릴랜드 주)=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국방정보학교 ::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육군정보학교를 설립했다. 이후 해군과 공군 해병대에서 정보학교를 만든 뒤 1998년 통합했다. 교수진을 비롯한 스태프 인력은 군인 213명, 민간인 101명, 계약업자 90명 등 400명이 넘는다. 교육과정 또한 초급에서 고급에 이르기까지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3개월 집중훈련 마지막 코스엔 전시 상황을 재현한 야외 전투 현장에서 취재하고 방송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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