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당장 큰충격 없지만… 전세계로 확산땐 수출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8일 03시 00분


“남유럽과 금융거래 적어 디폴트때도 피해 제한적”
“미국-영국도 재정 안좋아 2, 3년간 위기 이어질수도”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한국 경제에 당장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위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돼 주요 수출대상국의 소비가 위축되면 한국 기업의 수출이 부진해져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7일 브리핑에서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위기가 어떻게 퍼져 나갈지 단정하기 힘든 만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에 빌려준 대출 규모는 6억4000만 달러로 전체 대출(528억 달러)의 1.2%다. 최악의 상황인 국가부도 사태가 벌어져도 한국 경제가 받는 충격이 크지 않은 수준이다. 국내 은행들이 이들 PIGS 국가에서 빌린 자금도 3억9000만 달러로 많지 않다.

그러나 재정위기가 유로존 내 4위권 경제대국인 스페인을 포함한 다른 유럽 국가들로 확산되면 한국의 수출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1분기 한국이 그리스로 수출한 금액은 2억2316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7%였다. 그리스의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유럽연합(EU) 전 지역으로 수출한 금액은 4월 20일 현재 14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증가율도 35% 선을 넘었다. 지금까지는 수출이 양호한 편이지만 재정위기가 주요 수출시장인 EU와 미국 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글로벌 소비가 움츠러들어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

주요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한국의 내수에도 부정적이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 안전자산인 달러화로 몰리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급락)한다. 이렇게 되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국내 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져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소비심리에도 악영향을 준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민간 금융회사의 문제였다면 이번 위기는 정부의 문제”라며 “남유럽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의 재정상황도 좋지 않아 앞으로 2, 3년 동안 어려운 싸움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로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다고 보고 비상금융합동대책반회의를 중심으로 금융회사의 대외 차입 상황과 자본 유출입 동향을 매일 점검하기로 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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