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이 아시아 거품 키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2일 03시 00분


WSJ “자금 흘러넘쳐 아시아 유입 땐 인플레 악화”

7500억 유로(약 1083조 원)에 이르는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이 아시아의 경기 과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등 아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거대 구제금융으로 흘러넘치게 될 자금이 아시아의 자산 거품을 위험수준까지 부풀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발 금융위기에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아시아 신흥경제국들이 예상보다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초저금리 정책 기조는 이미 아시아의 자산가격 급등에 일조했다. 여기에 EU의 재정안정 메커니즘 및 미국 유럽 간 통화 스와프 협정이 가동되면 시장에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될 개연성이 높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부터 국채 매입을 시작했다. HSBC의 프레드릭 뉴먼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 해법은 아시아 문제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5% 증가해 3월의 24.2%보다 6.3%포인트 더 늘었다. 소비자물가지수도 계속 오름세다. 인도네시아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였는데도 1분기 경제성장률이 5.7%에 이른다. 인도와 호주는 경기 과열 우려 때문에 최근 연달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유럽 은행들이 아시아에 거액을 대출하거나 투자해 놓은 점도 문제를 가중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 은행들의 아시아(일본 제외) 대출 규모는 1조1000억 달러로 미국(3560억 달러)이나 일본(2230억 달러)보다 많다. 유럽에 풀린 돈이 이 금융 연결고리를 통해 수익성 높은 아시아 시장에 대거 풀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약세인 유로를 싼 값에 빌려 아시아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유로 캐리 트레이드’ 가능성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10일 보고서에서 “아시아는 너무 많은 투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며 “글로벌 자금의 유입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자산 거품 등으로 중앙은행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은 출구전략을 미룬 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당수 아시아 정부의 향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등 재정위기에 처한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가격은 EU의 재정안정 메커니즘 구축 소식에 힘입어 급등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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