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계란노른자 우유 등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진짜 음식알레르기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존 의학계의 음식알레르기 판정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는 판별실험, 비과학적으로 진행된 연구결과 그리고 오진에 기인한 것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AAID)가 주관하고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를 비롯한 유수의 대학 연구진이 분석한 이 같은 결과를 12일 전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내에서 여전히 혼란스러운 음식알레르기 판별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시작됐다. 연구 결과를 담은 보고서는 이날 발행된 전미의학협회(AMA)지에 실렸다.
음식알레르기란 특정 음식을 먹을 때마다 피부발진 등 작은 반응에서부터 심하면 목숨이 위태롭기까지 하는 반응을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증상을 말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런 음식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진짜로 음식알레르기가 발생할 확률은 미국인 중 어린이는 8%, 어른은 5%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인의 30%는 자신이 음식알레르기가 있다고 믿고 있다. 또 어렸을 때 음식알레르기가 있었어도 어른이 되면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음식알레르기 증상이 사라지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의학계에서 '무분별한' 음식알레르기 판정이 많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1988년~2009년에 발간된 음식알레르기와 관련한 의학논문 1만2000여 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음식알레르기 판정을 위해 충분한 자료를 활용하고 알레르기 반응 확진을 위해 엄격한 실험을 거친 논문은 72편에 불과했다. 음식알레르기에 대한 정의조차 불분명했다. 또 병원에서 음식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을 위해 가장 많이 쓰는 '피부반응 검사'와 'IgE(면역글로블린 E·인체 혈액 속의 면역단백질)항체 검사'로도 음식알레르기 여부를 판별할 확률은 5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모유를 먹은 아이는 알레르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거나 '첫 돌이 되기 전에는 계란노른자 같은 음식은 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처럼 음식알레르기에 대한 혼란이 큰 요인으로 먼저 음식알레르기와 음식과민성(food intolerance)를 혼동하는 점을 들었다. 알레르기는 면역체계의 이상인 반면, 음식과민성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와인을 마시면 두통을 일으키거나, 우유를 마시면 소화가 안 되는 것은 음식알레르기가 아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음식알레르기라고 믿게끔 하는 다른 의학적 증상을 들었다. 예를 들면 특정 음식을 먹었을 때 위산역류가 일어나는 것을 음식알레르기로 잘못 풀이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올해 6월까지 음식알레르기의 더 명확한 정의와 판별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안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그때까지 의사들은 피부반응검사나 IgE 항체검사만으로 음식알레르기 판정을 내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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