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구제역, 하토야마 정권 ‘초대형 악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10년간 청정국서 한달새 피해 급속 확산
“정부대처 안이” 민심 들끓어 7월 선거 위기

최근 10년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 ‘구제역 청정국’이라 자부해온 일본에서 구제역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구제역 의심소가 발견된 지 한 달여 만에 도살처분된 소와 돼지가 8만 마리에 이르는 등 피해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1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규슈(九州) 지방의 미야자키(宮崎) 현에서 지난달 9일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11일 현재까지 7만7000마리의 소와 돼지가 도살처분됐다. 2000년 홋카이도(北海道)와 미야자키 현에서 구제역이 3개월 동안 창궐해 도살처분된 가축 수는 740마리. 이번에는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소뿐만 아니라 돼지까지 감염 피해가 발생한 데다 도살처분된 가축 수도 100배 이상 많아진 것이다. 일본과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8일 강화에서 처음으로 구제역 의심소가 발견된 한국에서는 11일 현재 도살처분된 가축 수가 총 4만9131마리로 일본의 65%에 불과하다.

일본에서 구제역 피해가 이처럼 단기간에 급속히 확산된 데는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강한 탓도 있지만 검역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원인으로 꼽힌다.

방역 당국은 지난달 구제역 의심 소 신고를 접수하고도 구제역이 아니라고 판단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일주일 후 재검을 하면서 구제역 확진 판정을 내렸다. 일본 언론은 이 일주일 사이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곳곳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제역 확진 판정 직후 가축이동 제한 등 방역조치가 실시됐지만 이 역시 허술했다. 사람에 대한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바이러스가 사람 옷 등에 붙어 이웃 농가로 퍼져나간 것이다.

이처럼 구제역 피해가 확산되는 와중에 구제역방역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아카마쓰 히로타카(赤松廣隆) 농림수산상이 지난달 30일부터 9일간 중남미 장기 외유를 떠나 비난을 받고 있다. 아카마쓰 농림상은 10일 피해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사람이 자리를 비웠다고 대처가 소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구제역이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의 새로운 불안요소”라며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크게 잃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