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은 13일 “천안함 침몰이 누구의 소행인지 명확히 밝혀지고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되기 전에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만일 북한이 범인으로 지목되면 화를 내면서 회담에 나오지 않겠지만 역사는 북한의 편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주최 ‘한반도 비전포럼’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길’을 주제로 특별연설을 한 뒤 6자회담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도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즉각적인 6자회담 재개는 어렵다”며 “북한은 (회담 재개 전 비핵화에 대한) 기존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로명 세종재단 이사장(전 외무부 장관)은 “정부의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 생각한다”며 “북한은 과거 제1차 연평해전에서 패배하자 2차 충돌로 보복한 것처럼 이번 사건도 앞선 해상 충돌(대청해전)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선 무엇보다 북한에 정보의 유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월 전 장관은 “라디오나 인터넷 방송을 통해 정보유통을 강화하면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남한생활에 잘 적응한 탈북자들을 통해 외부 소식이 많이 전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셔먼 전 조정관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하지 않는 이유는 서울에서의 정상회담을 통해 주민들이 남한생활을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 이사장은 “한반도 통일은 5년 또는 10년 안에 이뤄질 수 있을 테지만 남북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닌 전례 없는 특별한 상황에서 일어날 것”이라며 “우리는 통일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스 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는 “남한 사람들에게 독일의 통일비용이 과대 평가돼 있다”며 “독일 통일은 유럽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등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셔먼 전 조정관은 “북한 고위 군 지도자들은 현재 기득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정상적이지 않은 입장을 정당화해줄 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포럼 참석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면서 “우리 목표는 통일이다. 그러나 당장 필요한 것은 한반도가 핵무기 없이 평화로워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파월 전 장관은 “통일이 돼도 미국은 한국에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한미는 동맹으로 묶여 있고 상호간의 굳건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우정은 지속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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