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끈! “핵 줄타기 아찔…거인 상대 위험한 게임”지끈! 비핵화 압박만 하자니 北체제 안정 걸려
북한이 수소폭탄으로 전용할 수 있는 핵융합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2일 발표하자 중국 관영 언론들은 진위를 의심하는 기사와 함께 이례적으로 강경한 논조의 사설을 게재해 주목을 끌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을 북한이 다시 건드렸기 때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반도에 핵이 없는 상황을 원해 왔다. 북한이 2009년 5월 제2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중국 관영 언론이 사설과 주요 기사로 북한을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결연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동참까지 했다.
이 같은 기류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북한이 억류한 미국 여기자 2명을 구하려고 북한을 방문했을 때에도 계속됐다. 당시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발행하는 국제전문지 환추(環球)시보는 사설에서 “중국인은 이런 북-미 양자접촉이 비핵화라는 핵심 화제에서 계속 멀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중국의 평화 발전과 중국 국민의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미가 직접 접촉해 관계 개선 돌파구를 마련할 경우 중국이 ‘왕따 당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깔려 있었다.
삐걱거리던 양국 관계는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평양 방문 등으로 겉보기에는 정상화됐다.
○ 동맹 과시 직후 불협화음
최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반도 비핵화 입장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라는 큰 방향성 유지를 중국 측에 정식으로 밝힌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과 중국의 최고지도자는 정상회담에 앞서 서로 얼싸안으며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세계에 과시했다. 하지만 불과 열흘도 안 돼 북한은 ‘핵융합 기술 개발’로 다시 국제사회에 부각됐고 중국 관영 언론이 발끈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환추시보 등은 이를 두고 “줄타기를 하는 북한이 관객(다른 나라)을 자극하려고 더 높이 뛰어오를수록 위험이 커지는 것은 관객이 아니라 줄타기를 하는 본인”이라고 비판했다. 또 “북한은 상당히 허약한 국력으로 거인들과 위험한 공방전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중국의 딜레마
이번 관영 언론의 격한 반응을 통해 중국의 딜레마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전문가는 “이번 일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 안정’이라는 핵심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핵개발에 몰두하는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 북한 체제의 안정을 깰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핵개발을 묵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국 관영 언론의 북한 때리기와는 달리 중국 외교부는 13일 “관련 보도를 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언론을 통한 1차 경고라고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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