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초청장 줄잇는 국가원수급 장관… 클린턴 美국무 파워 원천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5일 03시 00분


국무부 요직 200개 임명권 쥐고
‘힐러리 랜드’ 만들어 인맥 관리
美 강경외교 주도해 입김 세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세기의 대결’을 펼쳤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2인자 지위를 굳혀가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근 100년 만에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이라는 국내적 개혁 어젠다를 마무리한 뒤 ‘핵 없는 세상’을 기치로 한 외교안보 비전을 화두로 내세우면서 클린턴 장관의 인기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 국무부의 한 당국자는 “연말까지 클린턴 장관의 방문을 바라는 국가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한마디로 국가원수급 국무장관으로 보면 된다”며 “역대 국무장관 중 그 무게감은 최고”라고 말했다.

24일 열리는 제2차 미중 경제전략대화 참석차 베이징(北京)을 방문하는 클린턴 장관은 아시아 방문 기간에 자국을 들러 달라는 역내 국가들의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가를 앞두고도 그의 외교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패 척결과 행정 쇄신 등을 요구하는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오던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클린턴 장관이었다. 미국 방문 첫날인 카르자이 대통령을 대동하고 아프간전 참전 기간에 다친 미군들이 입원한 병원을 찾았던 클린턴 장관은 13일 아프간 여성 장관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코 아프간 여성들의 권리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말해 여권 신장의 기수라는 본인의 존재감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사생결단에 가까운 정치적 다툼을 벌였던 클린턴 장관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자신의 독자적이고 공고한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이른바 클린턴 장관이 지배하는 ‘힐러리 랜드’는 오바마 대통령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클린턴 장관의 자치구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힐러리 랜드는 클린턴 장관이 대권 플랜을 가동하던 상원의원 재직 시절부터 움직여 왔던 자신의 사단과 국무장관으로 활약해 온 1년 반 동안 국무부에서 만들어 낸 인맥을 통칭하는 것. 클린턴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장관직을 제안 받았을 때 직원 임명 권한을 보장해 줄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장관에게 국무부 요직 200개 정도를 임명할 수 있는 전권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리버럴한 오바마 대통령과는 달리 보수적이고 강경한 이미지를 통해 이른바 ‘배드캅’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도 클린턴 장관이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의 외교안보 노선에 도전하는 세력을 상대로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가장 강성 발언을 토해내고 있다. 서방세계의 경고에도 핵개발 노력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이란에 대해서는 정권교체를 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북한에도 “악행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경고를 여러 차례 날렸다. 심지어 미국의 최고 맹방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 결렬 시 역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거침없이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미국인은 클린턴 장관이 영원히 ‘오바마의 여인’으로 남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클린턴 장관이 여러 차례 차기 대권 도전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음에도 그를 여전히 2012년 차기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잠재적 대통령 후보의 반열에 올려두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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