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신(新)금욕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리스발 재정위기에 직면한 유럽 각국이 대대적인 긴축재정에 나서면서 정부와 국민 모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 저항이 만만치 않은 데다 향후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 동결하고 삭감하고 줄이고…
영국의 보수-자민당 연정은 출범 직후 13일 열린 첫 각료회의에서 각료들의 임금 삭감에 합의했다. 각료들의 임금을 5% 삭감한 후 5년간 동결하는 방안은 앞으로 연정이 진행하게 될 대규모 긴축안의 상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재정위기가 심각한 이른바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긴축 프로그램은 “가혹하다”는 원성이 나올 만큼 강도가 높다. 이미 그리스는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이 거액의 금융지원 조건으로 요구한 재정 감축안을 확정했다. 공무원 급여 삭감 및 연금 축소, 세수 확대 등을 통해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3.6%에 이르는 재정적자 규모를 2014년까지 3% 밑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스페인은 아기 1명당 2500유로에 이르는 출산장려금 지급제도도 폐지했고, 포르투갈은 12억 유로에 이르는 도로 및 철교 건설 국책사업을 무기한 연기했다.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도 대폭 높였다. 아일랜드도 공무원, 각료 임금을 최대 20%까지 깎아 10억 유로의 절감 효과를 노리고 있다.
재정 상태가 상대적으로 좋은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EU 재정안정 메커니즘(7500억 유로 규모)의 지원금 부담이 가장 많은 독일은 현행 65세인 연금 수혜 연령을 67세로 높일 예정. 일부 주에서는 국립극장 등의 폐쇄도 추진 중이다.
○ 유럽 경제 ‘양날의 칼’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일부 국가의 중산층 사이에서는 빈곤에 대한 두려움이 번지고 있다. 승용차를 내다파는 등 씀씀이를 확 줄이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14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하지만 이는 경기침체를 불러 장기적으로 경제회복 속도를 더 늦추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시위 도중 3명의 희생자를 낸 그리스의 거센 반발이 비슷한 방식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할 대목이다. 이날 스페인 노조는 정부의 긴축안에 맞서 20일부터 전국적인 파업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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