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자키(宮崎) 현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최고급 브랜드인 미야자키 와규(和牛)의 씨수소에까지 퍼지자 일본 축산농가가 충격에 빠졌다. 미야자키 현은 규슈(九州) 지방의 고급 와규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곳으로 이 지역의 구제역 피해가 규슈 축산업의 황폐화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늑장대처로 지역민들의 비판을 받아온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은 구제역방제대책본부장을 총리로 격상하는 등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1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야자키 와규의 씨수소를 관리하는 다카나베(高鍋) 가축개량사업단에서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이는 소 5마리가 발견돼 같은 농장에 있던 49마리의 씨수소 등 총 308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남은 씨수소 6마리는 20km 떨어진 곳으로 긴급 대피시켰지만 구제역 잠복기간을 감안할 때 아직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규슈지역 일대 축산농가는 미야자키 씨수소가 대거 도살 처분됨에 따라 최고급 소의 씨가 마를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씨수소를 키우는 데만 7∼10년이 걸리는 데다 미야자키 현은 미야자키 와규뿐만 아니라 고급 브랜드인 마쓰사카(松阪) 와규, 사가(佐賀) 와규 등 전국에 해마다 송아지 4만여 마리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축산업의 타격이 자칫 일본 전체 축산농가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긴급자금 지원 등 정부 차원의 방제대책에 나섰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관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지금까지 농림수산상이 맡아오던 구제역방제대책본부장을 총리로 격상하고 1000억 엔의 긴급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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