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軍, 양안 교류 확대에 “헷갈리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9일 03시 00분


“전직 장군들이 中 방문 主敵과 골프-음주…”

대만 전직 장군들이 중국 본토와 교류하면서 대만군의 군기(軍紀)가 해이해지고 현역 군인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8일 전했다. 장군 출신들이 주적(主敵)과 사이좋게 어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이날 대만 언론을 인용해 대만군 현역 장군들이 자신의 선배이자 지휘관이던 예비역 장군들이 대륙을 방문해 인민해방군 최고위급 장교들과 함께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시는 것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초 대만군 예비역 장군 23명과 현역 고급 장교들이 함께 중국 베이징(北京) 등을 방문해 자칭린(賈慶林) 전국정협 주석과 왕이(王毅)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 등을 만났다. 예비역 장군들은 대만군 최고 계급인 상장 출신 8명, 중장 출신 8명, 소장 출신 7명으로 육해공군이 망라돼 있다. 방문단을 이끈 사람은 대륙과의 최전방인 진먼(金門) 섬 방위사령관 출신으로 대만 집권당인 국민당의 지도부 인사인 쉬리눙(許歷農) 중앙평의위원회 주석이었다.

특히 방문단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이어 중국군 제2의 실력자인 쉬차이허우(徐才厚)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만나고 쉬 부주석이 베푼 연회에 참석했다. 또 인민해방군 최고 계급인 상장 2명을 포함해 다수의 중장이 참여하는 좌담회에도 참석했으며 중국의 우주인 훈련기지 등도 참관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부터 대만 예비역 장군들이 대륙을 방문해 중국군 전현직 장군들과 골프를 쳤다는 보도가 이어졌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를 두고 대만 장군들은 “누구를 상대로 왜 싸워야 하느냐는 의문을 불러 온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 현역 장교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평화라는 느낌을 주고 결국 군의 대응태세를 이완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2008년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취임한 이후 양안 교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번 군 출신 인사들의 중국 방문도 중국이 먼저 예비역 장군들을 대만에 보낸 것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졌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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