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살라사르 미국 내무장관이 24일 멕시코 만 원유 유출 사고 책임이 있는 영국 BP사를 정면 겨냥했다. 살라자르 장관은 이날 휴스턴에 있는 BP 미국 본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만약 BP가 이번 사태에서 해야 할 몫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대응 작업에서 완전히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살라사르 장관이 BP를 사고 수습 작업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은 멕시코 만 원유 유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BP에만 사태 해결을 맡긴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원유 차단 작업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멕시코 만 현지 생태계를 위협하자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루이지애나 주 해안가에서 적지 않은 펠리컨이 기름을 뒤집어쓴 모습이 포착되자 현지 주민들은 정부와 BP를 믿을 수 없다며 직접 방제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경우 11월 중간선거에서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새 처방을 모색하기 위해 관련 3개 부처 고위층을 이날 현지에 급파했다. 의회대표단이 이날 루이지애나 오염지역 해안가를 현장 방문하는 자리에 살라사르 장관과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 사드 엘렌 해안경비대 사령관이 동행한 것이다.
이처럼 멕시코 만 원유 유출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이 긴박해진 것은 사태가 발생한 지 33일이 지났는데도 해안 상태계가 큰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 잠수정으로 설치한 튜브를 통해 유정에서 수거하고 있는 원유는 초기 2100배럴이었지만 지금은 1360배럴로 급격히 준 상태다. 또 당초 이날 착수하기로 한 ‘톱 킬(Top Kill)’이라는 새 대책은 해저 1500m에 기계장치를 설치해야 해 27일로 연기됐다. 에드 오버턴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는 “오염된 해안 생태계가 복원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이제 사태 초기가 아닌지 두려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원유 유출조사위원장에 밥 그레이엄 전 플로리다 주 상원의원과 윌리엄 라일리 전 환경보호청장을 임명하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형사처벌 가능성도 시사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행정부로선 원유 유출에 따른 피해가 확산될수록 선거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