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는 유럽 국가가 속속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탈리아가 25일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에 이어 강도 높은 예산 절감안을 내놓으며 긴축 대열에 동참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내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에 걸쳐 240억 유로의 예산을 삭감하는 안을 승인했다. 공공부문 임금도 3년간 전면 동결하고 각료 및 고위 공무원의 경우에는 임금을 10%까지 줄이기로 했다. 스톡옵션과 민간기업 보너스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잔니 레타 이탈리아 총리보좌관은 “이탈리아가 그리스처럼 되지 않으려면 매우 무겁고 힘든 희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3%에 이른 재정적자를 2012년 2.7%까지 줄인다는 목표 아래 취해졌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과 노조는 정부의 조치에 반발하며 파업 가능성을 밝혔다.
스페인은 12일 공공부문 임금 5% 삭감, 공공투자 60억 유로 동결 등을 골자로 하는 150억 유로 규모의 재정긴축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재정적자를 지난해 GDP의 11.2%에서 올해 9.3%로 줄이고 내년도에는 6%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포르투갈 정부도 고위직 공무원의 임금을 5% 삭감하고 부가가치세를 1% 인상하며 공공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하는 등의 긴축정책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재정적자를 GDP의 9.4%에서 올해 7.3%까지 줄이고 2013년까지 2.8%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영국도 25일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1차적으로 62억5000만 파운드의 예산을 감축하는 내용의 긴축안을 공개했다. 유럽발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그리스는 이미 △공무원 보너스 및 복지수당 삭감 △민간부문 정리해고 요건 완화 △부가가치세 인상 및 유류세·주류세·담뱃세 인상 등을 단행했고,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연금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독일과 프랑스는 아직 긴축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러나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최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일요판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 6, 7일 열리는 연정회의에서 실업수당 축소 등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사회적 금기로 여겨진 근로자 정년 60세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놓고 각계가 뜨거운 논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긴축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그리스 노조는 의회에서 연금개혁안이 통과될 경우 즉각 행동에 나설 태세다. 스페인 노조는 다음 달 8일 항의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프랑스에서도 정년 연장에 반발하는 시위가 다음 주로 예정돼 있다.
긴축 움직임이 겨우 회복세를 보이는 경기를 다시 후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재정적자 규모를 축소해야 하지만 과도해선 안 된다”면서 “2012∼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GDP 3%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목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나친 긴축재정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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