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모든 사회, 모든 대중, 우리의 모든 근로자와 그들의 가족에게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대만 최고이자 2010년 포브스 선정 세계 136대 부자인 훙하이(鴻海)그룹 창업주 궈타이밍(郭台銘·60) 이사장은 26일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깊이 숙였다. 궈 이사장은 이날 자회사인 중국 선전(深(수,천))의 폭스콘(富士康·영문명 foxconn) 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자 연쇄 투신자살을 공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거듭 다짐했다. 폭스콘은 선전에서 근로자 총 42만 명의 초대형 공장 몇 곳을 운영한다.
몇 시간 뒤인 이날 오후 11시 10분경. 내륙지방인 간쑤(甘肅) 성 출신인 23세 허모 씨가 숙소 7층에서 몸을 던졌고 현장에서 숨졌다. 1월 23일 이후 12명째 투신으로 이날까지 모두 10명이 사망하고 2명이 크게 다쳤다. 또 다음 날인 27일에도 13번째 자살기도 사건이 발생했다. 한 근로자가 숙소 옥상에서 흉기로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한 것.
폭스콘에는 ‘피의 공장’이라는 섬뜩한 별명이 붙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대만 계열인 이 회사에 빗발치는 비난을 의식해 이번 사건으로 임박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선전 시 공안국과 노동, 위생 등 관련 부처는 합동 조사에 착수했다.
이 공장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델, HP 등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이 공장의 노동환경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근무환경이 자살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이 공장에서 생산해 온 핵심 고객사 애플은 “큰 충격과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현재 폭스콘에 대해 하고 있는 근로환경 조사를 다른 하도급업체까지 확대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대만과 홍콩 일각에서는 ‘노동자 착취 기업’인 폭스콘에서 아이폰을 생산해 온 애플에 이번 사건의 궁극적 책임이 있다며 아이폰 불매운동을 벌일 태세다.
중국 홍콩 대만의 학자들과 인권단체 등은 앞 다퉈 근로자 연쇄 투신이 근로환경 및 노동조건과 관련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공장은 한 달 평균임금이 900∼1050위안(약 16만∼19만 원)이며 특히 작업라인에 경비 등을 세워 작업 도중 옆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는 등 군대식 기업문화가 있다고 한다.
중국 제조업 생산인력의 변화에서 원인을 찾는 해석도 있다. 폭스콘 선전 공장의 근로자 85% 이상이 ‘바링허우(80后)’ ‘주링허우(90后)’로 불리는 1980, 90년대에 태어난 ‘신세대 농민공’이다. 또 투신자살한 이들은 모두 25세 미만의 젊은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폭스콘 연쇄자살은 중국 제조업의 고통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부모 세대보다 잘 먹고 잘 배운 신세대 농민공들이 현실의 벽에 쉽게 좌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자살자는 유서에 “현실과 이상 사이에 거리가 너무 멀어 힘들다”는 내용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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