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돌고돌아…후텐마 결국 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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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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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미군기지 헤노코로 이전 타결” 공동성명

2006년 합의안과 거의 같아
“현밖 이전” 주장 사민당 반발
하토야마, 서명거부 각료파면
3당 연립정권 존폐기로에 서

주일미군 대북억지력 유지
한반도 안정엔 영향없을 듯

미국과 일본의 갈등을 불렀던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가 28일 타결됐다. 양국은 이날 외교·국방장관(2+2) 협의체인 ‘미일안전보장협의회’ 명의로 후텐마 이전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일본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8개월여 계속됐던 미일 갈등이 봉합되고 미일 동맹관계가 급속히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이날 저녁 각료회의를 열어 미일 공동성명을 정부방침으로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각료 서명’을 거부한 사민당 당수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소비자담당상을 파면했다. 사민당은 연립정권 이탈 여부를 놓고 기로에 섰다. 3당 연립정권은 ‘민주당+국민신당’의 2당 연립정권으로 바뀔 고비를 맞았다. 연립정권은 사민당이 이탈하더라도 국회 과반수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참의원 선거정국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담당상은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이 겸임한다.

○ 결국 원점 회귀…불완전 합의

후텐마 기지 이전 내용은 일부 훈련을 오키나와(沖繩) 밖으로 옮긴다는 대목을 빼면 2006년 양국 합의안과 거의 같다. 양국은 후텐마를 오키나와 현 나고(名護) 시 헤노코(邊野古)의 미군기지 캠프슈워브 연안부로 이전하기로 했다. 일부 훈련은 오키나와의 부담 경감을 위해 가고시마(鹿兒島) 현 도쿠노시마(德之島) 등으로 이전된다.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8000명을 괌으로 이전한다는 기존 계획도 그대로 포함됐다. 그러나 미일 공동성명은 현지 주민과 연립3당 전체의 동의를 얻지 못한 ‘불완전 합의’에 그쳤다.

○ 일본 연정 흔들…메가톤급 후폭풍

하토야마 총리의 사민당 각료 파면은 미일동맹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사민당과의 관계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민주당 정권 출범 때 연립에 참여한 뒤 줄곧 후텐마를 오키나와 현 밖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연립을 이탈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당내엔 미일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연립정권에 잔류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원칙을 버리고 타협하면 당의 존립이 흔들려 지지기반을 송두리째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민주당 정권은 이달 말 시한에 쫓겨 미국의 요구에 거의 백기를 들고 합의함으로써 여론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대등한 미일관계 구축’을 전면에 내걸고 그 상징적 조치로 후텐마 기지 이전에 매달렸으나 미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리더십 추락과 함께 ‘오키나와 밖으로 후텐마 이전’이라는 선거공약을 어겼다는 비난까지 자초했다. 그가 28일 밤 기자회견에서 몇 차례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중의원 7석, 참의원 5석의 군소정당인 사민당 또한 야당으로 전락하면 당의 존재감이 작아지고 참의원 선거에서 더 고전할 수 있다.

미일 공동성명의 후속조치로 오키나와 및 도쿠노시마 주민의 동의를 얻는 과정도 험난하다. 주민들은 “총리에게 속았다”며 분노하고 있다.

○ 한반도 안정에도 영향

미일 합의엔 천안함 사건의 영향도 컸다. 하토야마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천안함 침몰이 상징하듯 지역정세가 긴박하다. 미일동맹뿐 아니라 지역 안정과 주일미군의 억지력 유지를 위해 결정했다”며 미일 합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후텐마가 일본을 넘어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후텐마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억지력뿐만 아니라 한반도 유사시 발진기지 역할을 한다. 키스 스탤더 미국 태평양해병대 사령관은 올해 초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북한 체제에 급변상황이 발생했을 때 북한 핵무기를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후텐마 기지가 오키나와 현을 벗어나지 않게 됨으로써 지역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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