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기름유출, 1989년 ‘엑손’ 사건 이미 넘어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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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등 과학자들 분석 보도“최악의 경우엔 3900만 갤런”

미국 멕시코 만 원유 유출 규모가 1989년 알래스카 연안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엑손발데즈호 사건 당시의 유출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뉴욕타임스와 AP통신은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지금까지 멕시코 만에서 유출된 원유가 약 1900만 갤런(7200만 L)으로 엑손발데즈호에서 유출됐던 1100만 갤런(4200만 L)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가장 낮게 계산해도 1800만 갤런으로 미 사상 최악의 규모다. 과학자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따졌을 경우 유출 규모가 3900만 갤런(1억4800만 L)에 이르는 것으로 계산했다.

두 팀으로 구성된 정부 내 과학자들은 현재까지 바다 표면으로 흘러나온 기름의 양, 원유 유출 지점에서 촬영한 비디오 판독 결과, 컴퓨터 모델링 수치 등을 종합해 하루 원유 유출량을 1만2000배럴에서 최대 1만9000배럴로 추산했다. 이는 미 해양대기청(NOAA)에서 내놨던 수치(하루 5000배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오자 정부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이 급속히 고조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석유업체 BP에만 책임을 돌리면서 신속한 대응에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질타도 쏟아졌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엄청난 ‘대재앙’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며 유출을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도록 하는 것은 나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멕시코 만 원유 유출을 막을 전문가와 기술을 보유하지 못해 BP에 의존해 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유출량 등에 대한 BP의 정확한 정보 제공 및 유출 차단 시도를 충분히 압박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지난달 20일 사건 발생 이후 멕시코 만을 방문했던 그는 28일 현장을 다시 찾아 사건 관계자들과 대책을 논의한다.

BP는 원유 유출 구멍을 막기 위해 시도 중인 ‘톱 킬(top kill)’ 방식을 최소 24시간 이상 더 진행할 계획이다. BP는 여기에다 타이어나 골프공 같은 고체 폐기물을 집어넣어 유출 속도를 늦추는 ‘정크 숏(junk shot)’ 방식도 병행했다고 밝혔다. BP에 따르면 현재까지 유출을 막기 위해 투입한 비용만 9억3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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