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뜨려도 계속 죽지 않고 살아나는 공포영화의 좀비 같다. 미국 멕시코 만 원유 유출 사태를 야기한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해저 유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BP는 29일 원유가 40일째 뿜어 나오는 해저 유정을 막으려는 ‘톱 킬(top kill)’ 방식을 사흘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언론이 30일 전했다.
더그 서틀스 BP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9일 심야 기자회견에서 “원유를 뿜어내는 유정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지금까지 시도한 우리의 방법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두렵다”고 실패를 침울하게 인정했다. 그동안 원유누출 차단 작업에 낙관적이던 BP 측의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톱 킬은 원유보다 무거운 점토 성분의 진흙 3만 배럴을 수면에서 유정의 새는 구멍에 연결한 파이프를 통해 강한 압력으로 퍼부어 원유 분출을 내려누르는 방식이다. 그러나 유정은 진흙이 쏟아져 들어올 때만 잠잠하다가 진흙 강하가 잠시 멈추면 다시 솟구쳐 올랐다. BP 측은 톱 킬 이전에도 거대한 돔을 유정의 누출 부분 위에 덮어 원유를 막으려다 돔 내부에 얼음모양 결정체인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발생해 돔을 앉히지 못했고, 1.6km에 이르는 긴 호스를 유정의 수직관에 연결해 유출되는 원유를 흡수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BP 측은 심해로봇을 투입해 유정의 훼손된 수직관을 잘라내고 그 위에 또 다른 봉쇄 돔을 덮은 뒤 이에 연결된 파이프로 원유를 빼내는 방식을 시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방식이 약 1.5km 깊이의 심해에서 제대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설치를 마치는 데에도 4∼7일이 걸려 추가 원유 누출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하다. 만약 이마저도 실패한다면 원유 유출은 감압유정을 뚫어 유출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8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시카고에서 실패 소식을 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가슴이 아픈 만큼 울화도 치민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실패로 오바마 행정부는 원유 유출 차단작업의 전권을 BP 손에서 빼앗아 오라는 정치권과 대중의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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