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논리 이해 못하겠다” 얼버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일 03시 00분


“구호선 공격한 이스라엘은 바로 비난하면서 北은 왜 비난않나” 취재진 질문

‘천안함’ 中 직접 설득보다
정부, 안보리 지지 얻어 압박

천영우차관, 유엔대표 접촉
위성락 본부장은 오늘 러 방문

천안함 침몰사건에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정부의 ‘설득 외교’가 양자 차원의 직접 설득보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통한 간접 설득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양상이다.

정부 당국자는 1일 “지난달 28일 한중 정상회담과 29, 30일 한일중 정상회의로 중국과의 1차적 협의는 끝났다고 본다”며 “앞으로 중국과 계속 협의하겠지만 당분간 주중, 주한 공관의 외교채널 외에 양국 당국자들이 오가는 방식의 협의를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장 중국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다만 중국이 ‘중간적 입장’까지 왔다고 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등 여러 국가의 지지를 얻어내 중국을 압박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천안함 조사 결과 검토를 위한 전문가 그룹 파견 요청에도 답을 주지 않는 등 여전히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정부로서는 성과도 없이 중국을 직접 설득하기보다는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안보리 상임이사국(P5) 중심으로 안보리 회부 방식을 협의한 뒤 비상임이사국들에도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미국을 방문한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2일부터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안보리 이사국 유엔 주재 대표들을 두루 만난다.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2일 러시아를 방문해 6자회담 러시아 측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답킨 외교부 차관을 만나 천안함 사건 대응 방안을 협의한다. 두 사람은 모두 4일 귀국할 예정이어서 천안함 사건의 안보리 회부 시점은 4일경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비상임이사국의 경우 유엔 주재 대표들과의 협의뿐 아니라 외교부 각 지역국 주관으로 현지 공관과 주한 공관을 통해 협조를 요청하는 등 다각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비상임이사국 10개국 중 일본을 제외하고 의장국인 멕시코를 비롯해 9개국이 북한과 수교한 상태다. 이들 중 일본 오스트리아 멕시코 브라질 터키 등 5개국이 대북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대북 비난 성명을 발표한 나라는 1일 현재 51개국에 달한다. 정부 당국자는 “2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의 성명을 하나로 친 것을 감안하면 80개국에 가까운 국가가 북한의 행위를 규탄하고 나선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은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려던 선박을 공격한 이스라엘을 1일 강력하게 규탄했으나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매우 복잡한 사건이며 중국은 1차 정황(第一手情황·제1수정황)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 여전히 진지하고 신중하게 연구하고 각 분야의 정보를 평가·분석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마 대변인은 “중국이 이스라엘은 바로 비난하면서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북한은 아직까지 비난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으며 오후에 외교부 홈페이지에서는 이 질문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는 답변을 올렸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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