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사태, 문화혁명처럼 될까봐 무력 진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5일 03시 00분


강경 진압 주도했던 리펑 前총리 회고록서 주장

“1989년 6·4사태가 문화대혁명과 같은 비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와 가족 목숨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6·4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강경파로 알려진 리펑(李鵬·81) 전 중국 총리는 22일 홍콩에서 출간되는 일기 형식의 회고록 ‘리펑의 6·4 일기’(사진)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리 전 총리는 또 “1989년 5월 17일 덩샤오핑(鄧小平) 지도자 집에서 덩이 계엄령 실시와 군대 투입을 결정했으며 덩은 이틀 후에는 계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되 약간의 피는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무력 진압은 덩의 지시로 진행됐음을 확인했다.

리 전 총리는 당시 학생들의 시위에 대한 대응을 놓고 지도부에서 심각한 의견 대립과 권력투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자신은 학생운동을 공산당 지배를 전복하려는 반혁명 활동으로 본 반면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는 애국적 행동이기 때문에 온건하게 접근하자고 주장했다고 소개했다. 회고록은 279쪽 분량으로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의 사망일인 1989년 4월 15일부터 6·4사태가 무력 진압되고 자오 총서기가 실각한 후인 그해 6월 22일까지의 일기 중 일부를 발췌해 놓은 형식이다.

리 전 총리는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대한 진실을 말해야 할 책임을 느꼈다”고 출간 취지를 설명했다. 리 전 총리는 2003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04년부터 회고록 출간을 준비해 왔으나 중국 당국이 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4일 보도했다. 자오 전 총서기의 사후 회고록 ‘국가의 죄수’(중국어판은 개혁역정·改革歷程)도 지난해 5월 톈안먼 사태 20주년을 앞두고 홍콩에서 중문판과 영문판으로 출간됐다.

리 전 총리 측은 ‘신세기출판사’가 지난해 자오 전 총서기의 책을 내는 것을 보고 중개인을 통해 회고록 출간을 의뢰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신세기출판사의 바오푸(鮑樸) 대표는 오랜 기간 자오 전 총서기의 정치비서였던 바오퉁(鮑동)의 아들로 자오 전 총서기의 육성 녹음을 녹취해 회고록을 내는 데 역할을 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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