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자살방지 퍼주기’ 쇼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9일 03시 00분


주변 기업들 “이러다 다 망한다”
9일새 3차례 임금인상 ‘122% 수직상승’

근로자들의 잇따른 자살로 궁지에 몰린 중국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의 폭스콘(富士康·영문명 foxconn) 공장이 임금을 대폭 인상했다. 하지만 불과 9일 동안 3차례나 거푸 파격적으로 임금을 인상하며 기본급을 기존 봉급보다 배 이상 지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폭스콘 모회사 대만 훙하이(鴻海)그룹은 3개월 동안의 실적평가를 통과한 선전공장 근로자의 월 기본급을 10월 1일부터 2000위안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평가과정의 세부 내용과 대상 근로자 비율 등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번 조치로 근로자 기본급은 지난달 말 900위안(약 16만2000원)에서 2000위안(약 36만 원)으로 122% 수직 상승했다. 이 같은 조치는 근로자들의 연쇄자살 이후 쏟아지는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5월 29일 처음 임금인상을 발표한 이후 세 번째인 것. 42만 명이 일하는 선전공장 2곳에서는 1월 23일 이후 13명이 자살을 기도해 8일 현재 10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이후 공장의 근로환경, 저임금 등에 비난이 쏟아졌다.

훙하이그룹의 조치는 의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폭스콘의 퍼주기가 의심을 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5년 동안 일한 여성 노동자가 “임금인상이 너무 높아 실현되기 불가능하다”며 “잔업수당을 포함한 임금이 기본급으로 변했다. 대졸자들은 얼마를 받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광둥 성의 지난해 대졸자 평균 월급은 1699위안(약 30만 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임금인상과 노동환경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급격한 임금인상은 사회경제적으로 충격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했다. 린옌링(林燕玲) 중국노동관계학원 노동관계학 교수는 “한 기업이 이렇게 극적으로 임금을 인상하면 감당할 수 없는 기업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공장 부근의 식당들은 점심 값을 올릴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류카이밍(劉開明) 선전 당대사회관찰연구소 소장은 “2000위안도 노동자들이 안정적인 삶을 누리는 데 한참 모자란다”고 반박했다.

광둥 성의 공장 사장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한 공장 사장은 “폭스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의미가 없다”고 입을 닫았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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