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금융위기가 계속되면서 금값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스에서 불거진 재정 위기가 스페인 헝가리 등으로 번져가면서 유로화 가치는 급락하는 반면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
7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8월물 가격은 온스당 23.10달러(1.9%) 오른 1240.8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온스당 1246.70달러까지 오르며 지난달 기록한 사상 최고가(1249.40달러)에 근접했다. 현재 금값은 1999년에 비해 5배 수준으로 올해 들어서만 13%가 급등한 상태.
금 관련 펀드에도 사상 최대 수준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미국의 펀드리서치그룹 EPFR에 따르면 4월 29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3주간 금 관련 펀드에 신규 유입된 자금은 57억 달러로 이 중 50억 달러가 금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됐다.
반면 유로화 가치는 연일 추락하고 있다. 유로는 7일 4년 만에 최저치인 유로당 1.18달러까지 떨어진 데 이어 8일 아시아 시장에서는 1.19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귀금속 컨설팅회사인 GFMS의 폴 워커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유럽을 넘어 미국까지 퍼질 경우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과 미국은 경기 둔화 우려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금에 대한 투자가 몰리고 있는 반면 신흥국들은 인플레이션 압박이 높아지면서 금 투자 수요를 더하고 있다.
4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고 물가가 이미 통제범위 밖을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브라질은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매물가가 9% 수준으로 치솟은 인도도 7월 금리인상설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압박이 현실화되면서 인플레이션 헤지용으로 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이석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로화 등 기존 통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으며 국가 재정위기는 유럽은 물론 미국 영국 일본도 장기적으로 안고 가야 할 문제”라며 “앞으로도 금값은 장기적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금값에 대한 ‘버블 경고’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닐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금은 금융 불안에 대비하는 가장 인기 있는 헤지수단이 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미 가격에 모두 반영이 된 만큼 금을 살 시기는 지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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