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브리핑룸 맨 앞자리 누가 채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9일 06시 24분


50 여년 동안 미국 백악관을 출입하며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을 취재해온 헬렌 토머스 씨(90)가 유대인을 비난하는 발언으로 기자직을 그만둠에 따라 그동안 그가 전세내 왔던 백악관 브리핑룸의 맨 앞자리를 누가 채울지가 관심사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매체의 영향력에 따라 백악관 상주 언론사에 대한 자리를 배정해 왔고 대통령에 대한 질문권도 유력언론에 우선 배정하는 것이 관례다.

백악관 브리핑룸의 맨 앞줄 좌석 7개 역시 영향력이 매체의 몫이었다. ABC와 CBS, NBC 등 지상파 3개 방송사와 AP, 로이터 등 통신사, 케이블 뉴스를 대표한 CNN, 나머지 한 자리는 허스트코포레이션 소속인 토머스 씨가 차지했다.

토머스 기자가 맨 앞 자리에서도 가장 가운데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50여년을 지켜온 경륜에 대한 예우차원이라는 성격이 짙었다. 토머스가 몸이 아파 브리핑룸에 나오지 못할 경우에는 당일의 풀(pool) 기자 당번이 앉는 것이 원칙이었다.

케이블 뉴스를 대표해 CNN이 앞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브리핑룸의 확장으로 맨 앞줄이 6석에서 7석으로 늘어난 덕분. CNN은 케이블뉴스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는 점도 영전의 이유였다.

뜻밖의 설화로 내준 헬렌 토머스 기자의 명당 자리를 승계할 후보군으로는 일단 케이블 뉴스인 폭스뉴스가 거론되고 있다. 보수적인 성향을 대표하는 폭스뉴스는 황금시간대 뉴스에서 CNN을 따라 잡은 지 오래됐다. 이밖에 또 다른 통신사인 블룸버그도 고려대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터넷 언론의 약진을 반영해 상징적인 차원에서 한 매체가 선정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미국내에서는 폴리티코나 허핑턴포스트 같은 인터넷 언론의 영향력이 커졌고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 오바마 캠프는 주요한 결정 사안 등을 인터넷 언론에 먼저 알려주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폭스뉴스가 사사건건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사이가 원만치 않다는 점도 백악관 브리핑룸 앞자리 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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