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보부가 아프간 탈레반 테러 지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英신문 “최고의사기구 주도”… 영향력 확대하려 이중행동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면서 아프간의 안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왔다. 파키스탄을 아프간전쟁 종식의 핵심 파트너로 삼고 있는 미 정부의 처지는 더욱 난감하게 됐다.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13일 서방국가 및 아프간 보안 담당 관리, 탈레반 지도부 인사 등을 인터뷰한 결과 탈레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퀘타 슈라’ 구성원 15명 중 최대 7명은 ISI가 파견한 인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퀘타 슈라 구성원 전원이 ISI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아프간의 주요 교량과 도로를 폭파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의 보급선을 차단하고, 친정부 성향의 종족 지도자를 암살하는 등 탈레반이 실행하고 있는 전략도 ISI의 지도 아래 수립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ISI는 자살폭탄테러를 저지른 탈레반 대원의 가족에게 1600달러(약 200만 원)의 보상금을 주고, 폭탄과 탄환을 비롯한 각종 테러물자를 탈레반에 지원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연구팀도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탈레반을 지원하는 것이 ISI의 공식 입장이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정보부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이를 전면 부인했다.

ISI는 미 정부와 협력해 1980년대 아프간을 점령한 소련에 맞서 싸우도록 탈레반을 지원했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공격한 이후에는 미국이 탈레반을 소탕하도록 돕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프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탈레반을 지원하는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LSE 보고서는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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