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우즈베크계 ‘10만명 엑소더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민족충돌 닷새째… 사망자 124명으로 늘어

10일 밤부터 키르기스스탄 남부 오슈 시에서 시작된 키르기스계와 우즈베크계 간 민족 분규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지만 사태가 수습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의 충돌이 계속되면서 사망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소수 민족인 우즈베크계 주민 10만여 명은 안전한 우즈베키스탄으로 탈출하기 위해 국경지대로 몰려들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미 4만5000명의 난민을 받아들인 우즈베키스탄은 국제사회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키르기스스탄 과도정부는 14일 이번 사태로 지금까지 124명이 숨지고 1685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즈베크계 지도자는 매장된 것으로 확인된 사망자만 최소 20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최소 500명의 우즈베크계 주민이 숨졌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흘러나오고 있어 사망자 수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오슈에서는 도시 곳곳에서 총성이 울렸으며 무장 괴한들이 상점 등에 침입해 식료품 등을 닥치는 대로 약탈했다. 도끼와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키르기스계 주민들은 우즈베크계 주민들로부터 빼앗은 차량을 타고 거리를 질주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오슈의 거리에는 상점이 불타면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시신들이 여기저기 방치돼 있다”고 전했다. 오슈에서 40km 떨어진 잘랄아바트 시에서도 무장한 키르기스인들이 도심 광장에 집결했다.

키르기스스탄 과도정부는 전날 남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치안을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경찰은 눈에 띄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한편 러시아를 포함한 구소련 국가들의 안보체제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는 14일 키르기스스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긴급회의를 개최했다고 러시아의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소집한 이날 긴급회의에서 키르기스스탄 민족분규 중단과 법질서 회복, 주민안전 보장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키르기스스탄 과도정부는 러시아에 군사적 개입을 요청했으나 러시아는 내정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했다. 러시아는 그 대신 키르기스스탄 내 러시아 군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수백 명의 공수부대원을 긴급 증파했다.

각국 정부도 키르기스스탄에 거주하는 주민을 대피시키고 자국 시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14일 오슈 거주 교민 85명 중 74명을 항공기에 태워 수도 비슈케크로 이동시켰으며, 7명은 별도로 철수해 현재 4명만 남아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자국 교민들의 귀국을 돕기 위해 항공기를 급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각각 성명을 통해 우려를 표명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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