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실종 ‘16세 美소녀의 세계 항해일주’… 책임소재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거대한 파도 폭풍… 무모한 도전 방치
“부모로서 무책임”

그럼 몇살부터 모험에 나설 수 있나
“과잉보호 더 문제”

혼자서 세계 항해일주를 해보겠다며 모험에 나선 애비 선덜랜드 양(16)이 항해 도중 목숨까지 위험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모한 도전을 허락한 부모에게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일판인 옵서버가 13일 보도했다. ‘와일드 아이즈’라고 이름 지은 경주용 요트를 타고 올해 1월 미국 캘리포니아를 출발한 선덜랜드 양은 10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해상에서 연락이 끊겼다가 다행히도 이틀 뒤 인도양에서 다른 선박에 구조됐다.

일부 항해 전문가들은 “작은 배에 혼자 탄 소녀를 바다로 내보낸 것 자체가 무책임한 처사”라며 부모를 비난했다. 특히 큰 파도가 자주 이는 겨울엔 요트를 탄 대양 항해가 더욱 위험하다는 것.

선덜랜드 양이 사용한 요트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 장기간의 세계일주 과정에서 필요한 음식물과 구호물품을 싣고 가야 하지만 그가 탄 요트는 경주용으로 단거리용이지 장기 항해에는 부적합했다는 것. 또 배 자체도 부실해 10일 9m 높이의 파도가 닥치자 요트 돛대는 허망하게 떨어져 나갔다. 당시 가족과 연락을 취하던 위성전화까지 파손돼 그는 구조될 때까지 높은 파도와 싸우며 망망대해를 홀로 헤매야 했다.

세계 항해 챔피언이자 ‘항해 배우기’의 저자인 데릭 프라이스 씨는 “이번 경우는 운이 좋았지만 자칫 잘못됐으면 비극적인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지적했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선덜랜드 양은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반박에 나섰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나의 나이나 처해진 상황에 대해 비난하지만 진실은 내가 폭풍 속에 있었고 당신들은 인도양을 항해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한 뒤 “(도대체) 몇 살부터 거대한 파도와 이런 폭풍에 맞설 수 있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의 가족도 “애비는 충분히 숙련되고 경험이 풍부한 항해사”라며 그를 옹호했다. 그의 아버지 로렌스 선덜랜드 씨는 “매년 교통사고로 숨지는 청소년이 많다고 10대의 운전을 막는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냐”며 “우려가 지나친 나머지 아이의 모험심을 막는 요즘 부모의 과잉보호가 더 문제”라고 반박했다. 앞서 그의 오빠 잭 선덜랜드 군(18)은 17세이던 지난해 7월 최연소 세계일주 단독 항해에 성공했다.

오빠의 성공에 고무된 선덜랜드 양은 작은 요트를 타고 최연소 단독 무정박 세계일주 항해에 나섰다가 올해 4월 요트에 문제가 생기면서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조난을 당하기 전까지 항해를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였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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