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3’ 국제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피치의 브라이언 콜턴 국가신용등급 및 세계경제 담당 전무(사진)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천안함 사태가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피치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글로벌 뱅킹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콜턴 전무는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항상 존재했지만 천안함 사태처럼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 경제의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라고 강조하면서 향후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한국 정부가 긴밀히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라고 조언했다.
콜턴 전무는 “글로벌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이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중국 정부가 환율체제를 유연히 가져가겠다고 밝힘에 따라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이 크게 해소돼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금융위기가 터진 뒤 많은 신흥국 정부가 선진국 정부와 비슷한 수준의 부양정책을 펼쳤는데 이것이 향후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며 “경기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선 거시경제 정책의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와 관련해선 “그리스의 위기가 다른 나라로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콜턴 전무는 “지난 5년간의 상황을 살펴볼 때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는 중·장기 성장률이 낮다는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정부의 재정정책이 그리스보다 신뢰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그리스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위기가 다른 남유럽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고, 독일과 프랑스 같은 유럽의 큰 경제권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같은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고 강조했다. 피치를 비롯해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재정위기를 겪는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국가 신용등급 조정을 1997년 금융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소극적으로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단순 비교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콜턴 전무는 “아시아 금융위기는 달러 부족으로 인한 문제였고, 남유럽 위기는 재정위기”라며 “원인이 다른 위기를 동등하게 비교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피치의 신용평가팀은 이달 말 방한해 한국 정부와 국가 신용등급 평가를 위한 연례협의를 진행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