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미-러 정상회담이 열린 24일(현지시간). 두 사람의 오찬 장소는 백악관이 아닌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하는 버지니아 주 알링턴 카운티의 ‘레이스헬 버거’ 가게였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양파와 고추, 버섯이 잔뜩 담긴 치즈버거를 주문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치즈버거를 시켰다. 음료수는 오바마 대통령은 아이스티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콜라를 시켰다. 프라이는 하나를 시켜 나눠먹었다. 계산은 평소 이 가게를 즐겨 찾는 오바마 대통령이 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중 백악관을 벗어나 ‘햄버거 오찬’을 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40대의 젊은 두 대통령은 격식에 치우치지 않는 새로운 스타일의 정상회담을 선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오늘 점심으로 햄버거를 같이 먹은 것을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전형적인 미국식인 흥미로운 장소에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며 “건강식은 아닌 것 같지만 맛은 매우 있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취재하던 기자단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가리키며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이번 회담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지 17개월 동안 일곱 번째다. 그만큼 자주 만났기 때문에 “별로 새로운 뉴스가 없다는 것이 뉴스일 정도”라고 워싱턴포스트는 평가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를 9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WTO 가입은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다른 나라의 이해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조속한 WTO 가입을 지지했다. 러시아의 숙원사업을 해결해주는 큰 선물이었다. 그동안 러시아는 연말까지 WTO 가입을 목표로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와 협상해왔지만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를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가입이 늦춰졌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군사령관을 교체하면서 아프간전쟁 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모습이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아프간 재건을 위한 미국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 두 정상은 대테러전 공조를 위해 정보 협력을 강화하고 두 나라의 경제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긴밀하게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키르기스스탄 사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고 미국 기업들의 러시아 시장에 대한 가금류 수출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미국산 닭고기의 최대 수입국이지만 가금류 생산 및 가공과정에서 염소를 이용한 항균 처리를 문제 삼아 1월 수입을 중단했다.
두 정상은 천안함 침몰 사태와 대북제재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했지만 구체적인 합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새로운 유엔 제재를 추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중동위기 문제와 이란 핵 해법, 한반도 상황 등 세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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