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창업자 웨인 씨 10% 지분 팔고 11일만에 퇴사“역사적 순간에 선 사람 그 사실 몰라… 후회는 없다”
미국 네바다 주 남부 파럼이라는 작은 동네엔 호텔에 설치된 게임기를 일주일에 두세 번씩 찾는 76세의 노인이 살고 있다. 정부의 사회보장연금으로 살면서 소소한 동전과 우표 거래를 부업으로 하는 이 노인이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의 공동창업자 론 웨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주민은 거의 없다.
오늘날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와 애플 컴퓨터의 실질적 설계자 스티브 워즈니악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애플 창립 서류에 론 웨인이라는 이름도 기재돼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그가 회사 설립 11일 만에 퇴사했기 때문이다.
미국 CNN 방송은 24일 “세계 최고의 기업을 알아보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웨인이 놓친 기회비용은 220억 달러(약 26조7000억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애플의 초기 지분은 잡스와 워즈니악이 각각 45%, 웨인이 10%였다. 잡스는 웨인에게 지분 10%를 주면서 자신과 워즈니악 사이에 분쟁이 생겼을 때 중재해달라고 했다.
잡스와 웨인은 아타리라는 회사에서 몇 년 동안 함께 일했던 친한 사이였다. 애플 창립과정에서 웨인이 담당했던 업무는 컴퓨터 성능테스트, 회로제작, 광고기획, 정보수집, 문서관리 등이었다. 애플의 첫 번째 로고와 회사 운영매뉴얼도 모두 웨인의 작품이다. 워즈니악은 훗날 자서전에서 “그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애플 창립(1976년) 초기에 엄청난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애플 창업 직전에 슬롯머신 제조업체를 차렸다 수천 달러의 빚을 진 경험이 있는 웨인은 끝내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11일 만에 자신의 지분 10%를 800달러에 회사에 넘기고 퇴사했다. 이 지분 10%는 현재 애플 가치로 환산할 때 220억 달러나 된다. 이후 그는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다 퇴직했는데 현재는 얼마 안 되는 희귀동전과 우표가 그의 전 재산이다.
웨인은 “나는 당시 42세로, 각각 21세와 25세였던 잡스, 워즈니악과는 달리 위험을 감수할 처지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은 자신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서있는 순간에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얼마 전 그는 지분을 판 것을 후회하느냐고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앞날을 내다봤으면 좋았겠지만 당시에는 그 결정이 최선이었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CNN은 지금까지 그가 애플 제품을 단 한번도 산 적이 없으며 컴퓨터도 델사 제품을 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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