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사진)가 18일부터 일본을 방문 중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일본에서 열흘 가까이 머물면서 조용히 강연 등의 활동을 해온 달라이라마는 27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橫濱)의 한 호텔에서 내외신 기자와 학자, 일본 화교 등 약 40명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고 홍콩의 밍(明)보가 28일 보도했다.
달라이라마는 이번이 14번째 일본 방문으로 28일 일본을 떠났다. 달라이라마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젊은 시절 마르크스주의자였고 펑더화이(彭德懷), 류샤오치(劉少奇) 등 초기 공산당 지도자에게 반해 한때 중국 공산당 입당도 고려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당시 누군가가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해 입당하지 않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 사람은 이미 공산당의 문제를 꿰뚫어보고 있었다”고 중국 공산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중국 인민해방군이 티베트에 진주하기 전에는 티베트는 짱(藏)족과 한족이 평화롭게 공존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방문에서 특이한 점은 달라이라마의 외국 방문에 거의 예외 없이 발끈해온 중국 정부가 이번엔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점이다. 중국 언론 역시 홍콩 언론이나 주요 외신이 보도하는데도 이를 전혀 전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는 달라이라마의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면담, 올해 초 미국 방문 및 버락 오바마 대통령 면담 등에서 이를 강력히 비난하고 사후 보복에 나서는 등 강렬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프랑스에 대한 보복으로 구매사절단을 보내지 않았고, 올 초부터 이어진 미국과의 신경전 역시 달라이라마가 한 원인이었다.
일부 전문가는 이런 중국 정부의 이례적인 조용한 반응에 대해 “달라이라마의 방일이 일본 불교계의 초청을 받은 사적인 방문으로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적이든 공적이든 달라이라마의 외국 방문을 모두 반대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중국 정부가 사적 방문은 묵인하기로 방침을 바꿨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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