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2년을 맞아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기 위해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435석이 정원인 미국 하원의 의석분포는 민주당 253석 대 공화당 178석으로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이 되려면 민주당에서 40석을 빼앗아 와야 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공화당의 선거전략이 하원의장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의원(70)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워싱턴 의사당 건물 옆에 있는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최근 건물 외벽에 ‘펠로시를 해고하라’는 문구가 담긴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친공화당 성향의 보수단체인 ‘라이트 체인지’는 1일 방영된 TV 광고에서 펠로시 하원의장을 국민의 혈세를 먹고 자란 거대한 괴물로 묘사했다. 이 광고는 15m가 넘는 괴물 펠로시 의장이 서민들이 모여 사는 평화로운 미국의 마을을 마구 짓밟고 공격하는 모습을 비춘 뒤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는 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인들의 한 표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공화당 하원의원 모임인 ‘의회 공화당 위원회(NRCC)’도 펠로시 의장을 지칭해 “리버럴 진영 악귀(bogeyman)”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펠로시 의장은 공화당원들이 꼽은 타도대상 1순위(75%)로 꼽혀 오바마 대통령(60%)을 훨씬 앞질렀다.
공화당이 펠로시 의장을 집중 공격하는 이유는 이번 선거를 ‘무능력한 리버럴 정부에 대한 심판’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공화당은 리버럴 정치의 중심에 펠로시 의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펠로시 의장은 건강보험개혁, 금융개혁은 물론이고 이민법개혁에 이르기까지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는 리버럴 어젠다의 하원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가톨릭 신자면서도 동성 결혼을 찬성하고 있으며 낙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펠로시 때리기는 미국 의회정치에서 펠로시 의장의 위상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하원의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펠로시 의장 만나기가 오바마 대통령 만나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