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사투리 광둥어 TV서 밀릴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정치권 “표준어 사용하자”

중국의 대표적인 방언인 ‘광둥(廣東)어’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광둥어는 광둥 성을 비롯해 홍콩과 마카오, 광시좡(廣西壯)족 자치구 일부 지역에서 통용되는 언어로 사용자가 남한 인구의 2배인 1억 명 이상이다. 동남아 화교의 언어도 광둥어다. 표준 중국어인 ‘푸퉁(普通)화’와는 문자만 같고 발음과 억양이 확연히 다르다.

광둥 성 광저우(廣州) 시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5일 광저우TV의 방송언어를 푸퉁화로 바꾸자고 제안했다고 난팡(南方)일보가 6일 보도했다. 현재 송출하는 광저우TV의 9개 채널은 대부분 광둥어로 방송하고 있다. 광저우 시 정협은 “언어 환경 개선을 위해 광저우TV의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의 기본어를 푸퉁화로 정하고 황금시간대에는 푸퉁화로 방송하자”며 “(이렇게 바꾸면) 올해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를 보러 오는 국내 여행객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상하이(上海)와 베이징(北京) 같은 경쟁도시가 중국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광저우를 따라잡고 있는 마당에 11월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는 도시 이미지를 바꾸고 중국 대륙의 핵심 도시 중 하나로 다시 서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럴 때 방언으로 방송하면 외지인들이 이상하게 볼 것으로 우려한다. 광저우TV는 이미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7일 보도했다.

하지만 현지에선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난팡일보는 3만여 명이 참가한 여론조사에서 현행대로 광둥어로 방송하자는 의견이 89.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전했다. 광둥어는 수천 년간 사용해온 언어로 중국 남부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이가 “중국의 방언이 푸퉁화의 무자비한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광둥어는 최근 외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온 농민공이 급증하고 방언을 보존하려는 중앙정부의 노력이 크게 줄면서 광둥 성에서도 점차 사용 인구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1980년대 들어 언어 통일을 위해 학교에서 푸퉁화로만 가르치도록 강제하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