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글을 쓰는데 '안녕(짜이젠·再見)'의 한자가 무엇인지 잠시 헷갈려서 다시 써야 했어요." 중국의 대학 신입생인 청징(18) 씨의 말이다.
LA타임스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첨단기기에 익숙해진 젊은 중국인들이 점점 한자를 잊어버리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3년 간 영국에 유학을 다녀 온 마쓰랑(30) 씨도 얼마 전 쇼핑 목록을 적어 내려가다가 '샴푸'를 뜻하는 한자가 무엇인지 순간 잊어버려 당황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베이징에서 태어나 자란 토종 중국인인 그는 "매주 몇 시간 씩 쓰기 공부를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한자를 잊어버리게 된다"며 "그런 시간이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LA타임스는 이 같은 현상을 '새로운 형태의 문맹'이라고 소개했다. 보통 '문맹'은 가난하고 교육수준이 낮은 후진국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중국인들의 '글쓰기 장애(dysgraphia)'는 "주로 젊고, 고급교육을 받았으며, 상대적으로 유복한 계층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들 계층은 휴대전화나 스마트폰, 컴퓨터 등 첨단통신기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복잡한 획을 많이 써야 하는 한자쓰기에 취약하다. 특히 컴퓨터 타이핑을 할 때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작성할 때 알파벳을 입력하면 그 음에 맞는 한자를 찾아주는 '핀인(Pinyin)' 시스템이 나오는 바람에 중국인들이 일일이 손으로 한자를 쓸 기회는 더 줄어들게 됐다는 것. 마 씨는 "중국인들은 이제 자기 이름이나 주소 정도를 빼면 손으로 한자를 쓸 일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상황의 심각함을 깨닫고 지난해 약 1000만 명이 참가한 한자쓰기대회를 여는 등 젊은 층의 한자쓰기를 적극 장려하기 위한 각종 노력을 하고 있다. 올 4월 중국청년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조사 대상 2000여 명 중 약 83%가 "한자를 쓰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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