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력 커졌다고 고자세 취하다간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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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5일 03시 00분


리콴유 “아직은 美와 겨룰 정도 못돼”

화교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중파 정치인인 리콴유(李光耀·87·사진) 전 싱가포르 총리가 12일 “중국은 국력이 커졌다고 너무 고자세를 취하는 것은 국익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지도층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고 싱가포르 롄허(聯合)조보가 13일 보도했다. 완곡한 화법이기는 하지만 최근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국제무대에서 과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데 대한 충고로 풀이된다.

리 전 총리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중국과 싱가포르 수교 20주년 기념 ‘혜안중국(慧眼中國) 글로벌 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종합 국력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미국과 겨룰 정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너무 고자세를 취하고 지금까지의 도광양회(韜光養晦·재주를 감추고 은밀히 힘을 기름) 책략에서 너무 멀어지는 행동을 취하는 것은 중국 국익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지도층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은근히 중국 지도부를 비판했다. 또 그는 “20, 30년 후 중국의 경제총량이 미국을 추월하고 과학기술 능력이 미국에 근접했을 때 중국이 맞대좌를 요구하면 미국은 별다른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리 전 총리는 또 중국이 현재 직면한 도전으로 빈부격차와 젊은층의 높아지는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 등을 든 뒤 “특히 부패 문제는 중국 공산당의 생사와 연관될 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리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27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아세안 상업이사회 25주년’ 만찬 연설에서 “미국은 중국의 군사 경제력 팽창에 대해 동아시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국을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또 같은 달 29일 백악관에서 가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도 “동아시아 공동체에서 미국을 제외하는 것은 중대한 착오가 될 것”이라고 발언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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