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국민연설 또 하나의 TV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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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 3명 대동 일일이 사연 소개 후 ‘실업수당 연장’ 반대하는 공화당 비난

19일 오전 10시 55분(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국에 생중계되는 TV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 뒤에는 평범한 미국인 3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일자리를 잃어 고통받는 실직자들이었다.

이 자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340억 달러 규모의 실업수당 연장지급법안 통과를 의회에서 가로막고 있는 공화당을 강력하게 비난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250만 명에 이르는 6개월 이상의 장기 실업자에게 실업수당 지급을 연장하는 법안을 야당이 3차례나 가로막아 실업자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뒤에 있는 짐 처컬러스, 레슬리 매코, 데니스 깁슨 씨 등 실업자 3명을 일일이 거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 함께한 짐 처컬러스 씨는 2년 전만 해도 혼다자동차 판매점에서 매니저로 일했다”며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이력서를 사방에 돌리고 찾아다녔지만 아직까지 면접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짐은 2명의 아이를 위해 강해지려고 노력하지만 실업수당을 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피트니스센터에서 일하던 레슬리 매코 씨의 사연도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업수당을 받을 날이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아 레슬리는 아버지에게 재정적으로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일하다 올해 초 일자리를 잃은 데니스 깁슨 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데니스는 지금까지 면접을 계속 봤지만 아직 새 일자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집세가 계속 밀려 있고 이제 실업수당마저 끊기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막막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을 소개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했을 때는 두말 없이 통과시키던 실업수당 연장법안을 이제 와서 거부하는 것은 정치적 술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실직자들을 워싱턴 정치의 볼모로 잡아두는 것은 이제 그만둘 때이며 다음 선거가 아니라 서민들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며 실업수당 연장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실업수당 연장법안이 재정적자를 더욱 늘릴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실직자를 대동한 대국민연설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경기회복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로 보는 시각이 많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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