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거부한다”… 日70만명이 히키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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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6일 03시 00분


6개월이상 외출 안하는 은둔형 폐인

집이나 방에 틀어박혀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젊은 세대를 뜻하는 은둔형 폐인(히키코모리)이 일본에서 7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래에 히키코모리가 될 개연성이 높은 ‘히키코모리 예비군’도 15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내각부가 2월에 전국 15∼39세 남녀 3287명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실시한 ‘히키코모리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히키코모리와 히키코모리 잠재군이 각각 유효응답의 1.8%와 4.0%로 집계됐다. 일본의 15∼39세 인구가 3880만 명이므로 이 비율을 곱해 추산한 것이다.

히키코모리는 본래 관직 등용을 마다하고 초야에 묻혀 사는 은둔형 처사를 의미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들어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한 채 생활하는 젊은이들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사회병리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재정의됐다. 일본에서는 가족과의 불화로 인한 친족살인이나 묻지 마 살인과 같은 범죄 증가가 히키코모리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이번에 처음으로 히키코모리 실태조사를 벌인 것도 젊은이들의 ‘히키코모리화(化)’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각부는 이번 조사에서 ‘보통은 집에 있으면서 취미생활에 필요할 때만 잠시 외출하거나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편의점에 가는 경우’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거나 자기 방에서조차 나오지 않는 경우’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히키코모리군(群)으로 정의했다.

이와 함께 ‘집이나 방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의 기분을 이해한다’ ‘자신도 히키코모리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등 4개 항목 가운데 적어도 3개 항목에 동의하면 잠재군으로 분류했다.

일본의 히키코모리는 남성이 66%로 여성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30대가 절반 가까이(4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키코모리가 된 계기로는 ‘직장에 적응하지 못해서’와 ‘병이 있어서’가 각각 23.7%로 가장 많았고 ‘취직이 힘들어서’가 20.3%로 뒤를 이었다. 또 히키코모리 잠재군 가운데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31%나 돼 이들이 진학이나 취업, 사회생활 등에서 좌절을 겪으면 바로 히키코모리로 전락할 개연성이 농후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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