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아세안 각국의 외교 최고책임자들이 최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공식 거론하면서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다고 홍콩 언론이 전했다.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은 반박 성명을 통해 비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클린턴 장관이 23일 ARF 회의에서 “미국은 남중국해에 항해의 자유에 대한 국가적 이해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고 24일 전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티베트 및 대만 문제와 함께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지배권 강화를 위해 이 지역에서 군사력을 증강해왔다. 남중국해에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심각한 난사(南沙·영어명 스프래틀리) 및 시사(西沙·파라셀)군도가 있다.
클린턴 장관은 이 회의에서 “남중국해 분쟁은 주요한 외교적 우선사안이었으며 현재는 지역안보에 결정적인 문제”라며 “남중국해 문제는 국제법에 따라 풀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남중국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미국이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아세안 회원국들도 미국을 거들어 난사군도의 영유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고 아세안의 한 고위 외교관이 전했다. 그는 “토론은 매우 격렬했고 중국이 수세적 입장이어서 양 부장이 화가 났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외교관은 “양 부장은 사전에 모의했느냐는 식으로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말로 대응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미국뿐 아니라 아세안 회원국들로부터도 집중 공격을 받은 셈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5일 ‘미국이 어떻게 중국의 뒤뜰에서 중국을 매복 습격했느냐’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이 신문은 “이번 ARF에서 미중 사이의 격론은 양국 관계 변화의 획기적 사건으로 기록된다”면서 “양국 관계의 깊은 전략적 불일치를 노출했다”고 전했다.
한편 양 부장은 이날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측이 회의에서 트집을 잡았다”며 “남중국해 문제를 국제 이슈로 만들려는 음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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