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흔들기’ 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7일 03시 00분


前유엔사무차장, 비난 메모 언론플레이 이어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도 지도력 비판 칼럼

국제사회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의 지도력에 대한 공격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에는 최근 ‘굿나잇 반기문’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뉴요커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는 뉴욕타임스매거진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 트라우브 씨는 이 글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 및 다른 동맹국들과 조용히 후임자를 물색해야 한다”며 “반 총장은 유엔을 이끌 힘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미국을 포함해 유엔을 아끼는 나라들은 반 총장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것을 막아 더는 유엔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같은 ‘과격한’ 주장이 나온 것은 16일 5년 임기의 유엔사무국 감사실(OIOS) 사무차장을 지내고 퇴임한 스웨덴 출신의 잉아브리트 알레니우스 씨의 50쪽짜리 메모가 도화선이 됐다. 이 메모에서 알레니우스 씨는 “반 총장이 이끄는 유엔이 투명성을 잃었고, 책임도 결여돼 있다”며 “반 총장은 전략적 식견과 지도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내부용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를 워싱턴포스트에 전달해 일종의 언론플레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에도 모나 율 유엔 주재 노르웨이 차석대사가 본국에 보낸 보고서에서 반 총장을 겨냥해 “결단력이 결여된 지도자이며, 유엔 사무총장의 도덕적 목소리와 권위는 실종됐다”고 평가한 내용이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유엔 내부에서는 알레니우스 씨가 OIOS 직원 채용에서 자신이 강력히 추천했던 인물이 채용되지 않은 데 대해 반 총장에게 분풀이를 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알레니우스 씨는 유엔에서 재직할 때 독단적 일처리와 원만하지 않은 대인관계로 유엔 임직원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이 측근은 “반 총장 임기 초반에는 자신의 실적을 자랑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동양적인 리더십을 서구 언론들이 잘 이해하지 못해 비판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반 총장에 대한 서구 언론의 보도는 우호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유엔을 통한 다자주의의 복원과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리더십 확립을 주창하는 오바마 행정부는 심심찮은 반기문 때리기를 예의 주시하는 표정이지만 연임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태도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유엔에 힘을 실어 주면서 핵 확산 방지 및 핵 없는 세상 구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 체결 노력 등에서 유엔과 공동보조를 취해오고 있다. 반 총장의 임기는 5년으로, 2011년 12월 31일까지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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