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만 원유 유출 사고로 궁지에 몰린 영국 석유회사 BP가 ‘선장’ 교체를 통해 위기 탈출을 모색한다.
영국과 미국 언론은 25일(현지 시간) BP 이사회가 2분기 실적과 향후 경영계획을 공개하는 27일까지 토니 헤이워드 최고경영자(CEO)의 사퇴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후임으로는 미주·아시아 부문 책임자인 로버트 더들리 관리이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헤이워드 CEO가 이사회와 사퇴 조건을 막판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헤이워드 CEO는 사퇴에 동의했고 공식 교체 시기는 가을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BP가 헤이워드 CEO의 사퇴와 관련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퇴직금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연봉 100만 파운드(약 18억5000만 원), 보너스 200만 파운드(약 37억 원) 등 모두 400만 파운드(약 74억 원)를 받았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물러나는 헤이워드 CEO가 100만 파운드의 퇴직금을 받고, 매년 45만 파운드(약 8억3300만 원)의 연금도 수령하게 된다고 전했다. 헤이워드 CEO의 연금 적립액은 1080만 파운드(약 200억 원)에 이른다.
지난 28년간 줄곧 ‘BP맨’으로 일해 온 헤이워드 CEO는 영국에서 성공한 대표적 CEO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으나 이번 사태 이후 미숙한 대응과 언행들이 구설에 오르면서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흔들리는 BP의 구원투수로 나서는 더들리 이사는 미국인으로 3년 전 CEO 경쟁에서 헤이워드에게 고배를 마셨던 인물이다. 미시시피 주 해티스버그에서 자랐고 1998년 BP에 합병된 석유회사 아모코에서만 20년간 일했던 석유 베테랑이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결단력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6월부터 원유 유출에 관한 모든 대책을 지휘하고 있다.
BP가 미국인을 새 CEO로 선택한 배경에는 격화되고 있는 미국 내 반(反)BP 여론을 감안한 정치적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BP 측은 26일 헤이워드 CEO가 멕시코 만 원유 유출 사고와 관련해 교체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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