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때아닌 ‘수학 배우기’ 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7일 20시 56분


학생들의 수학(數學)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기성세대 사이에서 수학 배우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고 주간문춘(週刊文春) 최신호가 보도했다. 지자체별 문화센터에서 수학 강좌가 초만원을 이루는가 하면 수학을 다룬 소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주간에 따르면 문학이나 예술 등 인문 강좌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지역별 문화센터에 최근 '수학Ⅰ' '미분적분'과 같은 수학강좌가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딱딱한 수학 강좌에 사람이 과연 얼마나 모일까'라는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개설되는 강좌마다 수강신청이 몰려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신카이 다로(新海太郞) 아사히칼리지 기획담당자는 "수강생 연령층도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다"며 "학창시절 제대로 공부를 안했으니 이제 부담 없이 다시 배워보자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성세대 사이에서 중고교 시절의 수학참고서도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출판된 수학해설서 '다시 한번 고교수학'(일본실업출판사)은 현재까지 이 출판사가 펴낸 수학교과서의 두 배에 이르는 5만 부가 팔렸다. 이 책은 어려운 문제 풀이 대신 수학의 기초를 이해하기 쉽게 구성한 게 특징이다.

수학을 테마로 다룬 소설도 인기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권이 연달아 시리즈로 출판된 소설 '수학소녀'는 모두 10만 부가 팔려 출판사 관계자도 깜짝 놀랐을 정도. 이 책은 고교생이 페르마의 정리 등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내용을 다룬 가벼운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예시로 나온 문제의 난이도는 수준급이다.

기성세대 사이의 수학 붐 덕분에 전문학술서도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19세기 프랑스 수학자 갈로아의 이론을 해설한 '갈로아 집합이론'은 5월에 출판돼 벌써 3쇄를 찍었다. 이러다보니 도쿄 시내 대형서점들도 '수학 전문 코너'를 따로 설치해 독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일본 수학자들에 따르면 몰라도 아무런 불편이 없는, 일상생활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수학이 일본 기성세대 사이에서 이처럼 붐을 이루고 있는 이유는 수학을 통한 지적유희라고 설명한다. 인류가 수백 년 동안 풀지 못한 수학문제가 풀리기까지의 드라마틱한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간은 정치도 경제도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이 적어도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수학에서 대리만족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정답'이 있는 수학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김창원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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