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흉악범죄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범죄 피해자 가족 및 시민단체의 꾸준한 활동과 흉악범죄에 대한 비난 여론, 정부의 의지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일본은 올해 중대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28일 도쿄구치소에서 사형수 2명의 형을 집행했다. 이는 1년 만의 사형 집행으로 지난해 9월 출범한 민주당 정권으로선 첫 사례다. 형이 집행된 사형수는 2000년 6월 도치기(회木) 현의 보석 가게에서 여성 점원 6명을 불태워 숨지게 한 범인(59)과 2003년 사이타마(埼玉) 현에서 남녀 2명을 살해하고 여성 2명에게 중상을 입힌 범인(33)이다.
사형 집행을 지시한 지바 게이코(千葉景子) 법무상은 원래 사형 폐지론자였다. 지난해 9월 법무상 취임 직전까지 ‘사형 폐지 의원연맹’에 속했고 취임 기자회견에선 “사형집행 명령서에 사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흉악범죄에 엄격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관료의 설득과 여론 압력에 따라 소신을 접었다. 더 나아가 지바 법무상은 이날 사형 집행을 직접 참관하는 등 흉악범죄에 대한 정부의 엄정한 의지를 알렸다. 일본은 최근 10년간 11차례에 걸쳐 48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같은 날 히로시마(廣島)고등법원은 2005년 초등학교 1학년인 여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페루 국적의 38세 남성에 대해 “계획성이나 전과가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선고를 그대로 인정했다. 계획적이고 전과가 있었다면 사형이라는 의미다. 일본에선 이날 선고를 앞두고 사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언론은 재판 결과를 크게 보도하면서 당시 범행 상황과 유족 반응 등을 상세히 전했다. 피해 어린이의 부친은 “매우 분하다. 유감스럽다”며 사형이 선고되지 않은 데 반발했다. 언론과 여론은 법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 흉악범죄에 무거운 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다.
일본에선 2008년 6월 20대 무직자가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 전자제품 거리에서 트럭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3명을 숨지게 한 뒤 차에서 내려 흉기로 4명을 더 살해한 무차별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흉악범죄에 강력히 대처하라는 여론이 매우 강해졌다. 지난해에는 오사카(大阪)에서 사회에 불만을 품은 40대 남성이 빠찡꼬점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4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해 시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지난달 22일엔 히로시마 현에 있는 자동차공장 전직 계약사원(42)이 해고에 불만을 품고 차를 몰고 공장으로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무차별 범죄가 일어났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3건의 무차별 살인사건이 발생해 42명이 사상하는 등 최근 10년간 최악의 범죄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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