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대부분의 관영 매체는 한목소리로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연일 미국을 향해 포문을 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중국해에 미국의 국가적 이해가 걸려 있다”고 말한 게 도화선이 됐다. 당시 함께 있었던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이 현장에서 화를 냈다는 얘기가 나오고 25일 다시 외교부장 명의로 비난성명을 낼 정도로 중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번 주 내내 중국을 뜨겁게 달궜다. 베이징(北京)의 한 전문가는 “중국은 미국이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한다”며 “한마디로 벌집을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국제시사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26일자부터 4일 연속 1면 머리기사에서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매우 이례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신문은 26일자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을 ‘중국은 미국이 남해(남중국해)에 손을 대는 것을 격퇴했다’고 달았다. 다음 날엔 ‘미국이 남북(남중국해와 황해)에서 중국을 포위 중’, 28일엔 ‘미국이 중국의 뒷마당에서 중국을 매복 공격한 것이 주목받아’ 등으로 이어나갔다. 29일엔 약간 비판의 강도를 낮췄으나 ‘미국, 중국에 압력을 넣는가 아니면 위로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따져 물었다. 신화(新華)통신과 차이나데일리, 중국 중앙(CC)TV 등 대표적 관영매체들도 이번 주 내내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쏟아냈다.
경고성 움직임도 나왔다.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26일 중국 남해함대가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실탄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천빙더(陳炳德)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고위 장군들과 함께 현장에서 훈련과정을 직접 참관했다고 전했다.
남중국해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이 대량 매장된 섬들을 두고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다. 무엇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가 있다. 복수의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서해를 중국 근해로 주장하고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안보 이익을 해친다고 경고했지만 남중국해는 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의 전략적 이해가 걸린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남중국해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거세게 한미 연합훈련을 성토하던 중국 내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정작 훈련이 실시되던 25∼28일 인민해방군이 서해에서 3차례 훈련을 실시했다는 보도 이후 이렇다 할 보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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