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미연합훈련 오해 말고 北설득하는 데 초점 맞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30일 03시 00분


‘클린턴의 정책브레인’ 스타인버그, 中에 일침

27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닉슨센터.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설립한 외교안보정책 싱크탱크의 초청을 받은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사진)이 연단에 섰다. 주제는 미국의 대(對)아시아 정책.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가장 아끼는 정책브레인이기도 한 스타인버그 장관은 1972년 역사적인 중국 방문을 통해 중-미 수교를 이끌어 낸 닉슨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연구소에서 작심하고 중국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훈수했다. 중국과 한국문제에 관심이 많은 전문가와 일반인 100여 명이 경청했다.

텍사스대 린든 존슨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을 지낸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이날 내놓은 제언의 핵심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분위기 속에서 북한 편에 서는 듯한 인상을 주는 중국에 대한 일침이었다. 이른바 중국의 화평굴기(和平굴起·평화롭게 우뚝 섬)를 인정하고 중국의 국제사회 지도국으로의 부상을 환영해온 스타인버그 장관이었지만 이날 메시지는 중국이 나라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양국의 군사적 준비태세 강화를 위해 실시한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중국이 날카롭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을 겨냥한 것이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가 언제 어디서 훈련할 것인지는 우리가 판단할 일”이라며 “중국은 이를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북한의 추가 도발을 자제시키고 북한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작심한 듯 “한미 연합훈련은 결과적으로 중국이 북한을 감싸고 돈 것에 대한 결과물이자 북한이 자행한 도발을 비난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한미 연합훈련으로 마음이 편치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 미국의 장기적인 국가이익은 중국이 이 지역에서 추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국가이익과 양립하는 것”이라며 “양국은 모두 핵무기 없는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 및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북한의 후계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불확실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과거처럼 북한이 도발행위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낡은 수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더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며 고립과 체제불안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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