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애그플레이션 악몽 또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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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4일 03시 00분


폭염-산불-홍수에 국제 밀값 한달새 42% 폭등

지구촌 이상 기후로 세계 곡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러시아의 올해 곡물 수출량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요즘 낮 기온이 평균 섭씨 42도에 이르는 등 130년 만의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산물 작황이 나빠졌기 때문. 이 같은 세계 곡물 생산량 급감에 따른 우려로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거래된 국제 밀 가격은 2일 하루에만 7∼8% 폭등했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기상 이변이 곡물 생산량 감소와 그에 따른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국제 밀 가격 하루에 8% 폭등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7월 한 달 국제 밀 가격은 42%나 급등해 월간 상승률로 1959년 이후 51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러시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광활한 곡창지대를 갖고 있는 국가에서 나타난 이상 고온과 가뭄이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국가 비상사태를 야기한 산불이 농촌지역까지 번지며 작물 생산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주요 밀 생산국 중 하나인 캐나다는 파종기에 쏟아진 폭우 때문에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6%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는 최근 10여 년 만에 발생한 대홍수로 벼농사가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쌀 생산량이 올해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제 쌀값은 6월 말 이후 15%나 뛰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자연재해가 농산물 공급에 타격을 주면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등 경제 전체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인도는 가뭄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는 인도의 설탕 작황에 영향을 미쳐 국제 설탕 가격은 지난달 말에 최근 4개월 내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 “상승추세 몇 주간 지속될 듯”

특정 작물의 공급 부족이 대체작물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전체 농산물 가격이 함께 들썩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귀리도 최근 값이 올라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옥수수 값도 1년 전보다 16%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곡물 가격의 상승은 2년 전 지구촌을 덮쳤던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값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떠올리게 한다”며 “현재의 상승 추세는 앞으로 몇 주간은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2008년에 곡물가격이 폭등했을 때는 일부 식량 부족 국가에서는 폭동이 발생하고 각국이 경쟁적으로 수출 제한 등의 긴급조치를 내렸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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