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일본의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일본을 방문했다. 유엔 사무총장이 원폭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하는 것은 원폭 투하 65년 만에 처음이다. 반 총장은 5일 나가사키에 들러 원폭자료관을 견학하고 6일에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제65회 원폭사망자 위령 평화기념식’에 참석한다.
그동안 미국 등 서구 국가들과 유엔 등 국제사회는 “원자폭탄의 사용이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끝내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음”을 강조하며 희생자 위령제에 대표를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히로시마 시는 올해 위령제에 유엔 사무총장과 미국, 영국, 프랑스 정부 대표들을 초청했고, 반 총장은 가장 먼저 참석의사를 밝혔다. 또 미국 등 다른 나라도 정부 대표를 보내기로 함에 따라 올해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제는 핵무기 투하국과 피해국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역사적 화해를 실현하고 핵 없는 세계를 함께 촉구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런 역사적 자리가 마련되기까지 반 총장의 노력이 적지 않았다.
반 총장의 방일에는 또 다른 의미도 있다.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반 총장을 선출할 당시 일본이 마지막까지 반대표를 던졌다는 비화가 2007년에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자서전을 통해 공개됐다. 이런 일본에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처음으로 원폭 위령제 참석이라는 선물을 줌으로써 일본 외교당국에도 화해의 손을 내민 셈이 됐다.
한편 반 총장은 이날 저녁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무상과 만찬 겸 회담을 갖고 핵 없는 세상을 위해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또 오카다 외상은 9월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일본 주도로 핵군축 비확산 회담을 개최할 뜻을 전달하고 협력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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