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4일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 선언이 커다란 공감을 얻자 세계적인 부호들의 기부운동 동참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의 억만장자가 403명(지난해 말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 억만장자 10명 중 한 명이 절반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가 주도한 이번 기부 운동은 지난해 5월 뉴욕에서 열린 ‘억만장자 14인 모임’에서 시작됐다. 당시 모였던 참석자들은 기부에 대한 의논을 하던 끝에 다른 억만장자들을 상대로도 기부 운동을 벌일 것을 약속했다. 버핏 회장은 포브스가 선정한 억만장자들 중 70∼80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재산기부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고 이 중 40명에게서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
로이터통신은 재산 기부를 약속한 40명의 재산을 절반만 합해도 최소 1500억 달러(약 175조 원)가 넘는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의 2010년 예산이 292조80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실로 막대한 액수다.
버핏 회장은 성명을 통해 “기부 운동은 이제 시작이지만 벌써 대단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부의사를 밝힌 억만장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영화감독 조지 루커스, 록펠러 가문의 후예 데이비드 록펠러 등 한국에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도 많다. 테드 터너 CNN 창업자는 이미 15억 달러의 재산을 기부한 데 이어 남은 재산 18억 달러를 나누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엘리 브로드 선아메리카 창업자 부부는 서약서를 통해 “많은 재산을 가지는 축복을 받은 사람들은 이를 사회나 국가, 세계에 돌려줄 수 있으며 누구는 이를 기회, 다른 누구는 이를 책임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이를 특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재산기부 약속은 법적 구속력은 물론 감시기구도 없다. 하지만 이들은 ‘기부서약’ 운동의 공식홈페이지 ‘더 기빙 플레지(www.thegivingpledge.org)’에 각각의 서약서를 공개함으로써 후손들도 약속을 준수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버핏 회장과 게이츠 창업자 등은 재산기부 운동을 미국 내로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이들은 다음 달에는 중국 억만장자들과, 내년 3월에는 인도 억만장자들과 만찬을 갖고 재산기부를 권유할 예정이다.
한편 중화권 최고 부자인 홍콩의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도 5일 “앞으로 10년간 내 재단을 통해 최근 30년간 낸 것보다 더 많은 액수를 기부할 것”이라며 이번 릴레이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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