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투자자금이 일본의 장기국채로 쏠리면서 ‘일본 국채 거품’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 디플레이션 우려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이 일본의 장기국채를 대거 사들인 탓이지만 막대한 국가채무를 안고 있는 일본 국채로의 급격한 돈 쏠림은 자칫 국채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4일 도쿄금융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0.025% 하락한 0.995%로 2003년 이후 7년 만에 1% 밑으로 떨어졌다. 일본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가 많아 국채가격이 오르면서 국채금리는 하락한 것.
세계 투자자금이 일본 국채로 몰린 것은 3일 발표된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 동향이 예상을 뒤엎고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움츠러들면서 디플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세계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된 것.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디플레 탈출을 위해 시장에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추가금융완화(금리 인하) 조치를 내놓으려는 점도 일본 국채가격이 급등하게 된 이유다.
일본의 국가채무가 GDP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재정상황이 열악한데도 일본 국채가 투자 상품으로 인기가 높은 것은 왜일까. 그만큼 세계 유동성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음의 방증이지만 한편으론 다른 나라 국채와 달리 일본 국채의 95%를 일본 국내투자가가 보유하고 있다는 특수한 사정도 있다. 외국인 투자 비율이 작기 때문에 급격한 환매사태나 자금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일본 자국 기업들의 투자기피로 일본 시중은행의 돈이 남아돌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실제로 일본 시중은행들의 예금총액에서 대출총액을 뺀 예금잔액은 과거 최대규모인 149조 엔(약 2011조 원)에 이른다. 이 돈이 국채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국채 가격의 일시적 급등은 거품을 형성시켜 국채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일본 금융시장의 우려다. 일본 재정불안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일순간에 대량 환매 사태로 이어져 국채가격이 폭락하고 장기금리가 급상승하는 정반대의 결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2003년 6월 일본 국채 장기금리는 0.43%로 과거 최저 수준이었지만 주가상승 국면으로 금융시장이 전환되자 투자자금이 일거에 주식시장으로 쏠렸고 장기금리는 1개월도 채 안돼 1.4%까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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